[DA:인터뷰] ‘절대 그이’ 홍서영 “짝사랑 말고 사랑받고 싶어요”

입력 2019-07-29 23:51: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사이코패스. 평범함의 범주를 넘어선 성향으로 ‘연기적으로’ 볼 때 이보다 진폭이 큰 캐릭터는 없을 것이다. 배우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연기해보고 싶은 역할이겠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할 수는 없다. 희소성의 가치만큼 소중하고 또 특별한 기회다.

배우 홍서영은 그 기회를 잡았다. 이달 중순 종영한 SBS ‘절대 그이’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재벌그룹 DIA의 외동딸인 유일한 상속녀이자 냉혈 사이코 다이애나를 연기했다. 일상에서는 겪기 힘든 권위와 성격을 지닌 이 캐릭터를 홍서영은 어떻게 연기했을까.

“다이애나의 첫인상은 새롭고 충격적이었어요. 신선하더라고요. 감정 표현에 있어서 미숙한 ‘아이’ 같았어요. 제가 맡은 캐릭터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안쓰럽고 불쌍했어요. 내면에 있는 감정들을 겉으로 뱉어버리는 인물인데 연민이 먼저 가더라고요. 하지만 보는 분들에게는 불쌍해보이진 않았으면 했어요. 제가 등장할 때마다 찝찝하고 무섭고 짜증났으면 했어요. ‘분노 유발자’였으면 했는데 그 목표는 이룬 것 같아요. 사람들이 다이애나를 욕할 때 기분 좋더라고요(웃음).”


‘절대 그이’에서 온갖 악행과 ‘갑질’을 저지르고 다닌 홍서영. ‘때린 놈은 다리를 못 뻗고 잔다’는 말처럼 연기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의 짐이 컸다고 털어놨다.

“너무 힘들었어요. ‘평소 못하는 말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어버리라’고들 하는데 절대 안 되더라고요. 하루는 온종일 나쁜 말만 하고 나쁜 짓만 한 날이 있었어요. 하루 종일 하니까 기분이 자꾸만 처져서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싶더라고요.”

공교롭게도 다이애나 또한 짝사랑을 하는 캐릭터. 바로 전작 tvN ‘그녀의 사생활’에서도 남자 주인공 라인언 골드(김재욱)를 홀로 연모하는 최다인을 연기한 홍서영은 이번 ‘절대 그이’에서도 제로나인(여진구)를 향한 비뚤어진 짝사랑을 그려냈다.

“제가 짝사랑하게 생겼나봐요. 하하. 다인이도 다이애나도 두 남녀의 행복한 시간에 자꾸만 끼어드는 인물이잖아요(웃음). 연기임에도 제가 실제로 짝사랑하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외로웠어요. 저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사랑받고 싶어요.”

2%의 시청률로 흥행 성적에서는 아쉬움을 남긴 ‘절대 그이’. 홍서영은 “내가 좀 더 잘했으면 더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지 않았을까, 작품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면서 “아쉽기도 하지만 함께한 사람들이 정말 좋았다. 그래서 기분 좋게 볼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홍서영은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면서 엄다다와 제로나인의 함박눈 재회 엔딩을 보며 펑펑 울었다고도 털어놨다. 그는 “대본을 볼 때도 마지막 편이 제일 좋았다. 눈물을 베개에 적시며 잠들었다”면서 “‘절대 그이’ 특유의 소소한 따뜻함이 마지막에 확연하게 나온 것 같다. 만감이 교차하는 엔딩이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홍서영의 다음 작품은 뮤지컬 ‘헤드윅’이다. 뮤지컬 배우 출신으로 드라마 진출 이후에도 무대와의 인연을 끊임없이 이어오고 있는 홍서영은 공연에 대한 애정과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일정상 결코 병행하기 쉽지 않았을 터.

“제 의지이기도 하고 회사에서도 도움을 많이 주시기도 하고요. 소속사에 한지상 강홍석 등 매체와 무대를 병행하는 오빠들이 있는데 조언을 많이 해주세요. ‘잘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힘이 되는 말도 많이 해주시고요. 사실 처음에는 매체 연기가 두렵고 걱정도 많았어요. ‘나라는 사람이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첫 작품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 때 다행히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서 좋은 분들을 만났어요. 정말 좋았어요. 병행이 힘들기도 하지만 앞으로도 잘 해나가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다음에는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홍서영은 “짝사랑보다는 주고받는 캐릭터”라고 답하며 웃었다. 그는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구 같은 캐릭터. 긴장감보다는 안식감이 드는 그런 편한 느낌의 역할을 해보고 싶다. 그런 역할을 한지 조금 오래된 것 같다. 와일드하고 터프한 이미지로 봐주는 분들도 있어서 그런 역할도 해보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아폴로픽쳐스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