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박동원. 스포츠동아DB
스포츠동아 야구팀은 매주 월요일 다양한 주제를 놓고 자유로운 토론을 하고 있습니다. KBO리그의 여러 소식과 뒷이야기, 다양한 전망까지 브레인스토밍 형식의 대화입니다. 회의실 현장을 날것 그대로 야구팬들에게 전달해드립니다. 5일 야구팀 회의 참석자: 정재우 전문기자, 강산, 장은상, 서다영, 최익래 기자
● 박동원의 돌출행동, 어떻게 보십니까
강산(이하 강): 이번주 주제는 ‘그라운드 안의 폭력 행위, 적정선은 있을까’ 입니다. 1일 잠실 키움-LG전에서 박동원의 욕설과 냉온수기 킥으로 이에 대한 논란이 점화했습니다. 욕설도 폭력의 범주에 들어가죠. 게다가 냉온수기를 걷어차는 장면이 중계화면에 잡히면서 논란이 커졌는데요, 일단 그 장면들 어떻게 보셨습니까. 현장에서는 욕설이 다 들렸다고 하더군요.
최익래(이하 최): 냉온수기의 내구성이 증명돼 업체에서는 만족했다는 우스갯소리가….
강: 자세히 보니 휴지통을 걷어찼는데, 냉온수기가 도미노로 넘어졌더라고요.
정재우(이하 정): 행위의 수준과 대상을 구분할 필요가 있을 텐데요. 모두 적절치 못했다고 판단됩니다.
장은상(이하 장): 아무리 자기 성질에 못 이겨도 공공사용물품에 화풀이를 했으니 조금 문제는 있는 것 같습니다. ‘그냥 혼자 배트를 부수던가’라고 생각했습니다.
강: 경기장 내에서 그렇게 큰 소리로 욕설을 한 것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많지만, 심판을 쳐다보지 않고 혼자 욕설한 것뿐인데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의견 또한 존재합니다. 이에 대한 생각들은 어떠신지요.
정: 그라운드 안에서 상대팀과 전쟁을 벌이는 만큼, 벤치클리어링처럼 ‘용인되는’ 범위 내에서 맞붙는 것은 괜찮겠죠.
서다영(이하 서): 지켜보는 팬들도 상당히 불쾌했다는 반응이 이어졌어요.
장: 순간 욱해서 한 번 정도의 혼잣말은 이해할 수 있죠. 그런데 아무리 뒤를 돌아보고 있다고 해도 연달아 해대면 그건 대놓고 들으라는 소리밖에 안 되잖아요.
최: 박동원의 지난해 논란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죠.
사진출처|SPO TV2 중계 화면 캡처
강: 그래서인지 3일 잠실 삼성-LG전 9회 김동엽이 루킹 삼진 당하고 아쉬움을 표출하며 들어갈 때 심판이 끝까지 따라가더라고요.
정: 하지만 심판을 대상으로 욕설을 내뱉는 것은 좀 과하다 싶습니다. 더군다나 덕아웃 안이지만 기물을 그리 심하게 파손하는 행위는 징계까지는 아니어도 비난을 사기에는 모자라지 않아 보입니다.
장: 말 그대로 ‘적정선’은 넘은 듯해요.
정: 소속팀이 키움이고, 본인 또한 지난해 불미스러운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만큼 신중했어야죠.
서: 사실 미국에서도 F자로 시작하는 선수들의 욕설은 자주 등장하는데 문화의 차이에 따라 팬들이 받아들이는 정도도 달라지는 듯해요.
강: 카메라가 항상 따라다니다 보니 더더욱 부각되는 것 같습니다.
정: 키움에는 가뜩이나 고교 시절 후배에 대한 폭력행위로 프로에 온 뒤 징계까지 받은 안우진이 있습니다. 비록 어린 시절에 저지른 미성숙한 행위지만, 이로 인해 구단은 낙인이 찍힌 상황입니다. 선수단 모두가 민감하게 행동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둔감한 상태여서는 곤란하겠죠.
스포츠동아DB
● 벤치클리어링, 필요악인가 흥미요소인가
강: 기회가 닿은 김에, 벤치클리어링 등 물리적인 힘을 행사하는 부분까지 들여다보죠. 팬들의 정서에 차이가 있겠지만 적정선은 어디까지일까요. 7월 31일 메이저리그에선 감독을 포함해 8명이 무더기 퇴장당한 피츠버그-신시내티의 난투극이 있었죠. 올해 KBO리그에선 4월 28일 잠실 롯데-두산전에서 나온 감독간의 벤치클리어링 이후 잠잠합니다.
장: 이중성이 존재하죠. 폭력이 동반된 벤치클리어링은 기본적으로 ‘안 된다’는 입장이 많지만 흥미의 요소 중 하나로 받아들여지기도 하거든요.
강: ‘경기 중 서로 감정이 상하는 일은 경기장에서 마음껏 풀어라 vs 꿈과 희망을 주는 프로야구에서 어떤 일이 있어도 싸움은 안 된다’, 두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죠.
최: 심판에 대한 어필과 벤치클리어링 같은 요소들이 분위기 전환 차원에서 필요한 건 맞죠. 박동원의 돌출행동도 분위기 전환이 되긴 했습니다. 순항하던 키움이 3연패에 빠졌으니까요.
정: 다들 아시다시피 벤치클리어링 때도 넘어선 안 될 선이 있죠. 발이나 도구를 사용하면 안 되죠.
강: 1999년 LA 다저스 박찬호도 애너하임 에인절스 팀 벨처와 싸움이 붙었을 때 발차기를 해서 징계수위가 굉장히 셌던(7경기 출장정지·제재금 3000만 원) 기억이 나네요.
정: 지금도 가끔 소환되는 금기행동의 전형이죠.
최: 어필과 벤치클리어링도 야구를 이루는 요소라고 생각해요. 때로는 감정이 격해져서 욕설을 할 수도 있고, 그게 카메라에 잡힐 수도 있죠. 배구선수 김연경은 ‘식빵’이 오히려 트레이드마크가 됐으니까요.
서: 그런 욕설도 개인적인 아쉬움의 표출에서 끝나야지 누군가를 향한 불만의 메시지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정: 동업자 정신이 기준선입니다. 동업자의 밥벌이에 치명상을 입히는 행위는 제재를 피할 수 없죠.
장: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죠. 우리 팀 보호한다는 입장이면 물리적 충돌을 누가 정당한 생각에서 못 합니까. 그런데 그 모습을 밖에서 보면 폭력이 되는 거죠.
강: 벤치클리어링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은 늘 ‘아이들이 지켜보고 있다’죠.
사진출처|KBS N 스포츠 중계 화면 캡처
● 동업자 정신은 잊지 말자
강: 가장 기억에 남는 어필, 벤치클리어링 등 그라운드 내 폭력 행위에 대해 한 가지씩만 떠올려볼까요?
장: 최근에는 2017년 대전 삼성-한화전 벤치클리어링이 떠오르네요. 발차기와 원터치가 오갔죠.
최: 저도 그 경기가 기억납니다.
정: 과거 삼성에서 활약했던 외국인선수 틸슨 브리또가 SK로 이적한 뒤 방망이를 들고 원정팀 삼성 덕아웃을 기습한 사건도 있죠. 롯데 호세가 삼성 배영수를 향해 주먹을 날린 사건도 기억나는군요.
강: 저는 2006년 7월 2일 대전 현대-한화전이 떠오릅니다. 현대 김동수가 한화 안영명에게 돌진하고, 한화 송진우가 플라잉킥을 시도했죠.
장: 팀을 보호하기 위한 폭력 행위에 대한 ‘책임’은 겸허히 받아들이라고 하고 싶네요. 어떤 상황에서든 밖에서 보면 ‘폭력’은 맞으니까요. 그라운드는 프로들이 자기 생계를 놓고 싸우는 전쟁터입니다. 누군가에겐 ‘공놀이’일 수 있지만 먹고 사는 문제라면 또 다르죠.
강: 부상으로 커리어가 끝날 수 있다는 위험성을 고려하면, 본인을 보호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죠. 강한 승부욕을 표출하고 자신을 보호하는 행위라면 문제없다고 봅니다.
최: 격한 행동은 야구의 일부이지 전부가 아닙니다.
정: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분노조절장애 현상이 점차 심해지고 있습니다. 서로 조금씩 참아야 합니다.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하더라도 동업자 정신만큼은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서: ‘팬 퍼스트’를 추구하는 리그의 흐름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스포츠동아 스포츠부 야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