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봉오동 전투’에 출연한 일본배우 키타무라 카즈키. 사진제공|iMBC
확산하는 반일감정 속에서 오히려 일본제국주의를 비판하는 항일영화에 출연한 일본배우들이 눈길을 모은다. 7일 개봉하는 영화 ‘봉오동 전투’(제작 빅스톤픽쳐스)의 키타무라 카즈키, 이케우치 히로유키, 다이고 고타로다.
영화는 1920년 중국 지린성 봉오동에서 벌어진 독립군과 일본군의 전투를 그린 이야기. 유해진과 류준열이 독립군 역으로 한 축을 이루는 영화 속에서 이들을 쫓는 일본군 역을 맡았다. 일본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이들은 일본군 대장과 장교, 소년병 역을 맡아 제국주의의 잔혹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침략에 대한 반성을 이끌어내는 인물로 활약한다.
원신연 감독은 “실화 역사극의 리얼리티를 위해 일본인 역할은 일본배우가 맡길 원했고 그 자체로도 의미를 지닌다”며 “조심스럽게 타진하는 과정에서 의외로 많은 일본배우가 출연 의사를 전해왔다”고 밝혔다.
이들 가운데 키타무라 카즈키는 영화 ‘용의자 X의 헌신’, ‘기생수’ 시리즈로 국내에도 친숙한 배우다. 일본 소속사가 우려를 표했지만 시나리오를 검토한 뒤 흔쾌히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립군 포로가 되는 소년병 다이고 코타로는 19세의 신인이다. 10월 개봉하는 일본 애니메이션 기대작 ‘날씨의 아이’의 주인공 목소리 연기를 맡는 등 기대주로 꼽힌다.
영화 개봉 이후 이들이 국내는 물론 일본에서 어떤 반응을 얻을지도 주목된다. 키타무라 카즈키는 주간지 슈칸신초 등 우익 성향의 일부 매체로부터 “매국노라고 비난받을지 모를 영화에 출연한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등 벌써부터 비판을 받고 있어 우려를 자아낸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