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연기자 정지훈은 범죄스릴러와 액션, 로맨틱 코미디를 넘나드는 이야기로 “또 다른 정지훈을 보여주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스릴러부터 로맨틱 코미디까지
말 그대로 멀티플레이형 드라마
임지연, 내 애드리브 다 받아줘”
“새로운 ‘정지훈’을 보여주겠습니다.”
연기자 정지훈(비·37)의 연기 변신을 향한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결연했다. 5일 방송을 시작한 주연 드라마 MBC ‘웰컴2라이프’를 두고 “곧 마흔을 앞둔 새 도전”이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이번 작품을 통해 가장 얻고 싶은 것으로 시청률 등 인기나 연기에 대한 극찬 대신 “새로움”을 꼽기도 했다. ‘변신’에 대한 갈증을 채우기라도 하려는 듯 정지훈은 극중 최악의 이기적인 모습부터 정의구현을 꿈꾸는 강직함까지 다양한 연기를 펼치며 팔색조 매력을 뽐낼 기세다.
과연 그가 예고한 “또 다른 정지훈”은 대중과 교감에 성공할 수 있을까. 드라마 ‘스케치’ 이후 1년 만에 시청자를 찾아온 그를 ‘웰컴2라이프’ 첫 방송에 앞서 이날 오후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만났다.
MBC 드라마 ‘웰컴2라이프’에서의 정지훈. 사진제공|김종학프로덕션
● “시청률 성공? 그저 최선을”
정지훈이 주연으로 나선 ‘웰컴2라이프’는 오로지 자신의 이득만 좇던 악질 변호사가 사고로 ‘평행세계’(현실 세계와 시공간이 같은 다른 세계라는 설정)에 빨려 들어가 강직한 검사로 개과천선하는 내용을 담는다. 드라마 ‘순정에 반하다’를 집필한 유희경 작가와 MBC ‘선덕여왕’ ‘이산’ ‘주몽’ 등을 연출한 김근홍 PD가 의기투합했다.
현실과 ‘평행세계’를 동시에 무대로 삼으면서 정지훈은 극중 변호사와 검사, 한 아이의 아빠와 미혼의 남성 사이를 오간다. 이에 그는 “분명 캐릭터를 표현하기가 쉽지는 않았다”고 털어놨다.
“‘멀티플레이’형 드라마다. 범죄스릴러와 액션, 로맨틱 코미디까지 다채로운 장르가 펼쳐진다. 어려운 부분이 간혹 있었지만 김근홍 PD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풀어가고 있다. 매 장면을 도자기 빚는다는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만들어내고 있다. 김 PD는 ‘또 다른 정지훈’을 보여주고 싶다는 저의 말에 꾸준한 꾸중을 통해 톤을 잡아주고 있다. 하하하!”
정지훈은 시청률에 관한 질문에 여유로움을 잃지 않았다. 2016년 SBS ‘돌아와요 아저씨’ 이후 주연 작품을 통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던 만큼 이번 드라마의 흥행 여부에 특히 많은 관심이 쏠렸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정지훈은 의연함을 드러냈다.
“시청률 흥행에 신경을 안 쓸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분명 제 인생 속 색다른 시도가 될 거다. 그렇기에 일종의 ‘수련의 길’이라 생각하고 임하고 있다. 시청률은 사실 하늘이 내려주는 것 아닌가.(웃음) 저는 그저 그 기대에 다다르기 위해 모든 장면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웰컴2라이프’에서 호흡을 맞추는 정지훈(왼쪽)과 임지연.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아내 김태희가 열심히 응원해줘”
‘웰컴2라이프’는 그의 첫 MBC 드라마다. 정지훈은 “왜 진작 MBC에서 안 했지?” 생각할 정도로 제작진과 호흡이 잘 맞는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함께 호흡을 맞추는 곽시양은 그런 정지훈을 향해 “모든 후배 연기자와 스태프를 친동생처럼 대해주며 함께 놀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준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정지훈은 오히려 겸손한 감사함을 표했다.
“극중 로맨스 호흡을 맞추는 임지연을 보고 정말 놀랐다. 이렇게 준비를 철저히 해오는 배우를 본 적이 없다. 덕분에 내가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애드리브를 다 쏟아내고 있다. 임지연은 그걸 다 받아준다. 뿐만 아니라 곽시양, 손병호, 한상진 등 함께 하는 배우들 모두 최고다. 이렇게 좋은 분들과 작품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더 주어질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아내이자 동료인 김태희도 든든한 응원군이다. 정지훈은 김태희에 관련한 질문에 “아내가 굉장히 열심히 응원해주고 있다”면서도 “이 말이 제일 화제될 것 같은데”라며 특유의 유머러스함을 뽐내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내 더운 여름에 딱 어울리는 “시원한 코믹함”이 드라마에 준비돼 있다며 깨알 같이 강조했다.
“제게는 정극보다 코미디가 더 어렵다. 현장에서는 ‘정말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방송으로 보면 재미없을 때가 있고, 그 반대인 경우도 많다. 그래서 코미디는 정말 어려운 것 같다. 그럼에도 코미디 색채가 짙은 ‘웰컴2라이프’를 선택한 것은 심각하지 않아서였다. 스릴러 안에 삼각관계 멜로도 있고, 코믹함도 있다. 젊은 세대부터 어르신까지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는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한마디를 하고 또 했다. ‘웰컴2라이프’를 대하는 정지훈의 마음가짐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의 노력이 “새로운 정지훈”에 대한 기대감을 자아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 정지훈
▲ 1982년 6월25일생
▲ 1998년 6인조 그룹 팬클럽으로 데뷔
▲ 2002년 1집 ‘나쁜남자’로 솔로 데뷔, 이후 ‘태양을 피하는 방법’ ‘레이니즘’ 등 인기
▲ 2003년 KBS 2TV ‘상두야, 학교가자’로 연기 시작, 이후 KBS 2TV ‘풀하우스’·‘도망자 플랜비’·SBS ‘돌아와요 아저씨’ 등 주연
▲ 2009년 영화 ‘닌자 어쌔신’으로 할리우드 진출
▲ 2018년 KBS 2TV ‘더 유닛’ 진행
▲ 2019년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MBC ‘웰컴2라이프’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