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KBO 트라이아웃에 참여한 파주 챌린저스 소속 박지훈, 지승재, 장진호(왼쪽부터). 수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KBO는 5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2020 KBO 신인드래프트 트라이아웃’을 실시했다. 신청서를 낸 9명 중 8명이 스카우트 앞에서 자신의 기량을 뽐냈다. 관심은 ‘마이너리그 유턴파’ 문찬종(28·전 휴스턴)과 손호영(25·전 시카고 컵스)에게 쏠렸다. 스카우트의 뜨거운 관심에서는 한 발 비껴났지만 ‘비선출’ 박지훈(27), 장진호(26), 지승재(26·이상 파주 챌린저스)도 자신의 기량을 펼쳤다.
이들의 트라이아웃 참가는 한선태의 존재가 큰 영향을 끼쳤다. 초·중·고 내내 엘리트 야구교육을 받지 못했던 그는 독립리그 파주 챌린저스와 일본 도치기를 거친 뒤 지난해 LG의 2차 10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예상보다 빠르게 1군에 진입했고, 6경기에서 7.1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했다. 비선출이 입단 반 년 만에 프로 경기 등판을 해낸 것이다.
올해 트라이아웃에 참여한 비선출 세 명도 모두 파주 챌린저스 소속이다. 이들은 나란히 “한선태와 큰 인연은 없지만 존재 자체가 고맙다. 길을 열어준 것 같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들의 이력은 각기 다양했다. 박지훈은 태권도 선수의 길을 걸었으며, 장진호는 한남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지승재는 미국 오하이오대에서 야구부 매니저를 한 게 야구와 관련된 이력의 전부다. 한국에 돌아온 뒤 제과점에서 빵을 만드는 파티시에로 일했다. 박지훈은 “프로의 꿈을 꾸고는 있지만 이렇게 스카우트 앞에서 내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기억이다. 오늘의 추억은 평생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에게 파주 챌린저스는 잊지 못할 곳이다. 지승재는 “원없이 야구할 기회를 준 곳”이라고 표현했으며 박지훈은 “영화 알라딘 속 램프의 요정 지니와 같은 팀”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파주 챌린저스 감독이자 에이전시 디앤피파트너의 대표를 겸직 중인 양승호 감독은 “이들이 앞으로 야구를 계속하지 않더라도 이날의 경험은 삶의 큰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파주시가 약속된 지원을 해주지 않아 적자에 시달리지만 그곳에서 꿈을 먹는 이들은 여전히 많다. 제2, 제3의 한선태를 향한 싹은 파주에서 움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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