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나 선수가 지난달 27일 열린 ‘2019 한국 폴스포츠 선수권대회’에서 자신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폴스포츠협회
지난달 27일 서울 은평구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이색 대회가 열렸다. ‘2019 한국폴스포츠 선수권대회’가 그것이다. 폴스포츠는 수직 기둥(폴)을 사용해 유연성과 근력으로 오르내리기·스핀·거꾸로 서기 등을 조합한 스포츠다.
이번 대회는 10월 캐나다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한 대회였다. 6세부터 60세까지 폭넓은 연령층의 선수 22명이 경쟁을 벌였다. 대회는 폴스포츠, 아티스틱폴 등 2가지 종목으로 나뉘어 치러졌다. 폴스포츠에서는 3명의 국가대표를 선발했다. 올해 처음 개최된 아티스틱폴에서는 아쉽게도 국가대표를 뽑지 못했다.
아티스틱폴(artistic pole) 부문 여성 시니어 범주(만 18세 이상)에서 눈길을 끈 선수가 있었다. 주인공은 19세의 고유나 선수. 그는 3년 전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던 중 폴스포츠에 매력을 느껴 시작했다.
폴스포츠의 어떤 매력이 고유나를 끌어들였을까. 그는 “폴스포츠는 흔치 않은 종목이다. 무대에 서면 한 편의 연극같이 관중에게 경연을 보여줄 수 있어 폴스포츠에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아티스틱폴은 다른 폴 종목에 비해 규칙과 규율이 자유롭다. 때문에 선수의 개성이 가장 돋보이는 종목이다. 고유나 역시 준비한 부분이 남달랐다. 그는 “아티스틱폴은 다른 종목에 비해 기술보다는 예술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스토리텔링에 중점을 두어 경연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고유나 선수.
이번 대회에서 고유나는 인상적인 경연을 펼치며 관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국제심판들이 평가한 점수는 54.33점. 아티스틱폴 부문에서 가장 높은 점수였다. 최고점이었지만 그는 “원래 목표였던 60∼70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리허설에 비해 컨디션이 좋지 않아 실수가 있었다”며 아쉬워했다.
고유나가 이 대회에서 기록한 점수는 세계랭킹 22위에 해당한다. 세계선수권대회에는 각 연령 범주별로 10안에 들어야 출전할 수 있다. 캐나다 세계선수권대회에는 출전자격을 얻지 못했다. 그는 “10월에 열리는 캐나다 선수권에 출전하지 못하게 돼 아쉽다. 그렇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국가대표 선발을 위해 국내대회에 꾸준히 참가해 실력을 키워 세계적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며 굳은 의지를 보였다.
고유나는 “국내에 폴스포츠를 모르는 분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폴스포츠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폴스포츠를 하나의 예술이 담긴 무대로 봐주셨으면 한다”며 작은 바람을 전했다.
김준희 객원기자 kimjh837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