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김선기. 스포츠동아DB
김선기의 올 시즌 출발은 2군이었다.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당시 140㎞ 중·후반의 빠른 공을 어렵지 않게 꽂아 넣으며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았으나 1군에 자리가 없었다. 여기에 어깨 염증까지 겹치며 재활에 시간을 써야 했다.
기회는 찾아왔다. 안우진(20)이 어깨 부상으로 이탈하며 김선기가 기회를 꿰찼다. 첫 등판이던 7월 16일 고척 삼성 라이온즈전 5이닝 무실점을 시작으로 3연속경기 승리를 따냈다. 지난해 21경기에서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7.94로 고전하던 모습과 딴판이다. 장정석 감독도 “시즌 끝까지 선발로 쓸 것”이라고 공언했다.
스스로 꼽은 반등 요인은 ‘정면승부’다. 지난해까지 위기에 몰리면 도망갔지만 올해는 적극적으로 들어간다. 스스로는 “공이 스트라이크존으로 연거푸 들어가니 상대하는 타자들도 생각이 많아지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코리안 특급’ 박찬호의 조언도 있었다. 박찬호는 키움의 인스트럭터 자격으로 매년 스프링캠프를 찾는다. 올해도 김선기, 안우진 등의 멘토를 자처했다. 김선기는 꼼꼼히 메모까지 해가며 한마디조차 놓치지 않으려 했다. “정확하게 던지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연습 때부터 그렇게 해야 한다”는 박찬호의 조언은 김선기의 가슴에 박혔다.
김선기는 지난해 2차 1라운드로 키움 유니폼을 입었다. 올해 이대은(KT 위즈), 하재훈(SK 와이번스), 이학주(삼성 라이온즈) 등에 앞선 ‘유턴파’ 출신이다. 미국 시애틀 산하 마이너리그와 상무를 거쳐 KBO리그 무대를 밟았다. 조금은 늦었지만, 김선기도 성공 사례 대열에 합류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