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피버피치] 부끄러운 학원축구 부조리…뿌리 뽑아야 할 ‘그분’들의 악행

입력 2019-08-3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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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등학교축구연맹 정종선 전 회장.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한국고등학교축구연맹 정종선 전 회장.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대한축구협회 공정위원회가 한국고등학교축구연맹 정종선 회장에게 최근 영구제명 징계를 처분했다. 언남고 감독으로도 활동한 정 회장은 학부형들로부터 입시를 대가로 금품을 받았고, 학부모를 성폭행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일단 경찰은 올해 초부터 정 감독이 돈을 받았는지,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또 불법 청탁이 있었는지를 수사 중이다.

물론 정 회장은 모든 사실을 부인하며 “수사가 진행 중이다. 협회 징계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나 협회는 “(협회의) 성폭력·승부조작 관련 징계는 징계시효(5년)를 적용하지 않는 등 일반 형사처벌과 다르다”고 징계 배경을 설명했다.

협회는 정 회장으로부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당사자들을 면담했고, 피해자들의 국선변호인 출석 진술도 확인했다. 사안이 워낙 심각해 형사처벌이 나올 때까지 징계를 미룰 수 없다는 강경한 분위기에서 공정위가 열렸다. 영구제명이 되면 행정가·지도자·감독관·에이전트 등 축구와 연계된 일체 활동이 금지된다. 정 회장은 축구계에서 영원히 퇴출된 셈이다.

그래도 아쉬움은 남는다. 아마추어 무대를 둘러싼 불편한 소문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카더라 통신’ 이상의 구체적인 내용도 많았다. 물론 많은 축구인들도 숱한 소문을 접했다. 그러나 전부 고개를 저었다. “실체가 없지 않느냐. 같은 돈을 받더라도 수표 대신 현금, 통장거래 대신 봉투로 받으면 범법 행위는 확인하기 어렵다.”

맞는 얘기다. 제보가 없으면, 또 증거가 없다면 의혹은 묻히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정 회장 사태가 남겨준 분명한 교훈도 있다. 시간은 피해자들의 편이라는 점이다. 시기가 문제일 뿐 언젠가 모든 진실이 공개되고 밝혀진다는 세상의 진리가 새삼 확인됐다.

학부형들이 피해 사실과 진실을 숨기고 싶어 숨기는 것이 아니다. 축구를 포기하고 완전히 다른 삶을 살면 모를까, 혹여나 자식이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자질 없는 감독에게 고개 숙이고 허리 굽히는 이들이 아마추어 선수 부모들이다. 자식을 볼모로 부모 돈도 부족해 몸까지 더럽힌 행위는 세상 어디에서도 용서받기 어렵다. 정 회장 사태를 바라보며 부디 후자만큼은 사실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정 회장 사태로 뒤늦게나마 협회가 움직였다. 대학 등 진학 제도 개선과 학원축구 부조리 신고센터를 운영한단다. 지도자가 감독·단장 역할까지 하는 일반학교는 물론, K리그 구단 산하 유소년 클럽들에게도 열린 일종의 신문고다. 감독·코치, 스카우트 등 선수 입학·입단에 영향을 끼칠 영역에 있는 이들의 행위가 문제없는지 계속 제보 받고 살핀다는 복안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도 부조리 사안들을 수집하며 일부를 예의주시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한 핵심 축구인은 분명히 약속했다. “범법 행위는 꼭 드러난다. 치밀하게 숨겨도 진동한 구린내는 감출 수 없다. 피해자가 고개 숙일 이유는 없다. 두려워해야 할 이들은 (피해 입은) 부모들이 아니다. 피해를 알리고 적법한 조치가 따를 때 자녀들의 활동은 더욱 당당해진다. 지금 이 순간도 악행이 드러날까 떨고 있을 나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협회(연맹)의 귀는 항상 열려 있다. 악행은 끝까지 추적해 발본색원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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