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연 올해의 영화, 올해의 데뷔작 ‘벌새’는 1994년, 알 수 없는 거대한 세계와 마주한 14살 ‘은희’의 아주- 보편적이고 가장- 찬란한 기억의 이야기이자 2019년, 모든 게 궁금한 영화. 바로 어제 개봉해 CGV아트하우스 예매율 53%라는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하며 1위에 오른 것은 물론 포털사이트와 SNS를 통해 폭발적인 극찬을 얻으며 절찬 상영 중이다. 전세계가 반하고 언론, 셀럽, 관객 모두가 만장일치로 극찬해 일찌감치 믿고 보는 작품성을 입증한 가운데 세대불문 2019년 지금을 살아가는 모두를 애틋하고, 따뜻하게, 위로하는 ‘벌새’만의 특별한 관람포인트가 폭발적인 입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첫째로는 14살 소녀 ‘은희’부터 한문 학원의 ‘영지 선생님’까지, 폭풍 공감을 유도하며 자신의 기억 속 소중한 인연들을 상기시키는 아주 보편적인 캐릭터들이다. 가정을 책임지느라 늘 바쁘고 언제나 엄격한 아빠, 헌신적이고 가정적이면서 사실 누구보다 강한 엄마, 이해할 수 없는 구석이 많고 자주 밉지만 어쩔 수 없는 가족인 오빠와 언니의 모습은 우리의 현실 가족의 모습과 닮아 있어 유년시절의 다양한 기억들을 불러오며 폭풍 공감을 유발한다. ‘은희’의 절친 ‘지숙’은 비밀이 생기는 순간 서운해지는 단짝 친구와의 소중하고 부끄러운 일상을, ‘은희’에게 돌직구 고백을 한 1학년 후배 ‘유리’는 90년대 유행했던 X동생, X언니를 떠올리게 만든다. 한편 누구에게도 이해 받지 못하는 ‘은희’를 있는 그대로 아껴주는 ‘영지 선생님’은 언젠가 만났던, 혹은 지금 함께 하는 인생 멘토를 생각나게 만들기 충분하다.
둘째로는 90년대를 살아온 혹은 90년대와 사랑에 빠진 이들 모두를 충족시킬 추억 소환 1994년 즐길거리이다. 1994년, 중학생 은희가 겪는 다양한 사건과 감정들을 담고 있는 영화는 실제 1994년을 뜨겁게 지나온 김보라 감독의 디테일한 연출과 특유의 섬세한 감성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미술팀이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집, 학교, 학원 등의 공간은 우리의 추억 속에 간직된 90년대의 익숙한 풍경을 상기시키며 추억을 소환한다. 또한 ‘은희’와 그녀의 가족, 선생님, 친구, 남자친구 등 인물 한 명 한 명도 의상, 소품, 헤어까지 90년대를 관통하는 시대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보는 재미를 더한다. 뿐만 아니라 영화에 삽입된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 윤복희의 ‘여러분’, 원준희의 ‘사랑은 유리 같은 것’ 등 94년을 휩쓴 히트곡들이 전세대 관객들에게 가슴 뛰는 울림까지 선사한다.
마지막으로 영화 속에 등장하는 성수대교 붕괴사건이 보는 이들의 가슴을 울컥하게 만들며 영화를 통해 김보라 감독이 전하고자 한 메시지를 강렬하게 각인 시킨다. 인터뷰와 토크를 통해 ‘은희’의 1994년을 관통하는 성수대교 사건에 대해 “한 명의 개인이 사건을 직접적으로 겪지 않아도 우리는 함께 겪었다고 생각한다. 오래 전 기억 속 통증이 얼마나 우리 모두에게 공통의 트라우마로 적용하는가 생각했고, 개인의 삶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국가적인, 역사적인 일들의 흐름과 결국 연결되어 있음을 구조적으로 드러내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는 김보라 감독. “일상으로 시대를 경험하게 한다"(제28회 이스탄불국제영화제), "인물들의 일상에서 현시대를 경험하게 한다"(Forbes) 등의 평에서 엿볼 수 있듯 ‘벌새’는 ‘은희’의 일상을 통해 우리 모두가 ‘은희’였던 그 시절로 데려가 감동을 넘어선 특별한 울림을 선물한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