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우승’ 키움, 아직 미완성인 영웅들의 ‘엔드 게임’

입력 2019-10-27 16: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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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약한 시작은 아니었다. 우승 후보로 꼽히며 창대하게 2019시즌을 시작한 키움 히어로즈가 ‘준우승’이라는 의미있는 성과로 한 해를 마쳤다.

키움은 2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한국시리즈(KS) 4차전에서 두산 베어스에 9-11로 패하며 KS를 4패로 마쳤다. 준플레이오프(준PO)부터 PO까지 순항해 최종 무대에 도전했지만, 정규시즌 챔피언 두산의 벽은 넘지 못했다. 키움으로선 마지막 시리즈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한 것이 아쉽다. 그러나 올 한해를 돌아보면 분명 실패보다 성공이 더 많은 시즌이었다.

영웅 군단은 더 이상 박병호, 서건창 등 몇몇 이름값 있는 베테랑에 의존하는 팀이 아니었다.

젊은 선수들이 두각을 드러낸 2018년을 기준으로 올해도 팀 기둥에는 새로운 얼굴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야수진에서는 이정후를 비롯해 송성문, 김혜성 등이 주전 자리를 꿰찼고, 투수진에서는 이승호와 안우진의 성장세가 놀라웠다. 이외에도 가을야구에서는 지금까지 많은 주목을 받지 못한 불펜이 전원 필승조 역할을 해냈다. 윤영삼, 이영준 같은 ‘언성 히어로’들이 자기 공을 씩씩하게 던졌다.

적장 김태형 감독에게도 키움의 낯선 얼굴들은 인상적이었다. 김 감독은 KS 4차전을 마친 뒤 “키움 젊은 선수들은 주축 역할을 하면서 짜임새 있는 야구까지 한다. 지금 우리 주전들의 과거와 매우 흡사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와 함께 기존 베테랑들은 계속해서 자기 몫을 해줬다. 신구조화가 잘 되는 팀의 모범적인 모습이다. 거포 박병호는 정규시즌 홈런왕에 이어 준PO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쳐 팀 4번 역할을 다 했다. 광속 직구를 자랑하는 조상우는 준PO에서 KS까지 8경기에 나서 이번 포스트시즌 평균자책점 0.00을 기록했다. 가을야구 최고의 히트 상품이라 할 수 있다.

다만 모든 게 최고의 시나리오였던 것은 아니다. 키움은 좋은 과정 속에서도 어쨌든 준우승에 머물렀다. 장정석 감독은 “팬들에게 최고의 결과물을 드리지 못했다”며 마지막까지 자책했다. 팀은 점점 더 좋은 과정을 만들고 있지만, 결과는 분명 아직 해피 엔딩을 맞지 못한 것이다.

치명적인 내야 실책, 타격 부진, 믿었던 불펜 카드의 기용 실패. 준우승의 이유는 지금 시점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뒤늦은 결과론보다 중요한 것은 이를 발판으로 다음 시즌에 또다시 한 단계 도약하는 것이다. 최고의 과정을 이미 가고 있는 영웅들에게 해피 엔딩은 그리 먼 이야기가 아니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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