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시장 교란시킨 깜짝 계약, 또 나올까?

입력 2019-10-31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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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강민호-NC 양의지-박석민(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KBO리그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의 문이 열린다. 31일 KBO가 2020년 FA 자격선수 24명을 공시함에 따라 이틀간의 FA 권리행사 신청과 하루 동안의 FA 승인선수 공시를 거치면 11월 4일부터 공식적으로 협상이 가능해진다.

100억 원을 호가하는 특급 FA는 없다는 것이 야구계의 중론이다. 또 5년 연속 총액 500억 원, 3년 연속 총액 700억 원을 웃돌던 시장 규모가 2019년 490억 원으로 주저앉으면서 감돌기 시작한 찬바람이 올 겨울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과도한 외부수혈보다는 착실한 내부육성이 KBO리그의 새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FA 시장의 거품이 납득할 만한 수준까지 꺼질지는 미지수다. 최근 수년 동안에도 ‘오버페이’ 논란은 끊임없었지만 대형계약들이 줄을 이었다. 그 중에는 시장의 물줄기를 바꿨거나 시장의 상황 또는 질서를 교란시킨 깜짝 계약들도 포함돼 있다. 일종의 ‘방아쇠 효과(trigger effect)’를 낳은 계약들이다.

최근의 가장 대표적 사례로는 2년 전 삼성 라이온즈와 포수 강민호의 4년 80억 원 계약을 꼽을 수 있다. 롯데 자이언츠와 재계약이 유력한 듯했던 강민호를 예상 밖으로 삼성이 잡으면서 큰 파장이 일었다. 다급해진 롯데는 두산 베어스에서 FA로 풀린 외야수 민병헌과 서둘러 4년 80억 원에 계약했다.

2019년 FA 시장에서도 깜짝 계약은 재현됐다. 강민호를 잃은 뒤로 안방 보강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롯데가 두산과 쉽사리 접점을 찾지 못하던 양의지만큼은 놓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NC 다이노스가 갑자기 끼어들더니 전광석화처럼 4년 125억 원에 계약을 마쳤다. 계약 규모로 역대 2위이자, 거품이 꺼져가는 듯하던 FA 시장을 단숨에 벌떡 일으켜 세운 빅딜이었다.

NC는 그보다 앞서 2년 전 이미 FA 시장의 새로운 큰 손으로 떠오른 바 있다. 3루수 박석민과 4년 96억 원에 계약한 2016년 FA 시장이다. 이듬해 최형우가 KIA 타이거즈와 4년 100억 원, 메이저리그에서 복귀한 이대호가 롯데와 4년 150억 원에 사인하는 데 촉매제처럼 작용한 당시로선 역대 최고액 FA 계약이었다.

2020년 FA 시장에선 롯데와 한화 이글스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뜻밖의 구매자가 불청객처럼 등장하는 상황을 배제할 순 없다. 빠른 의사결정구조와 실행능력이 돋보이는 구단들이 나서기 시작하면 시장은 순식간에 요동칠 수 있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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