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굴스키 1세대’ 서명준의 소회, “통념을 이겨내는 신념을 가질 수 있도록”

입력 2019-11-12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서명준. 사진제공|청춘스포츠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대한민국 모굴스키의 ‘개척자’ 서명준을 만났다. 척박한 모굴스키를 개척해나간 그는 다시 스키장 위에서 새로운 땅을 일궈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네 살 때부터 스키를 타기 시작했다는 서명준은 선수시절 줄곧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국내외 대회에서 높은 순위에 오르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2012년부터 약 2년 동안 겪은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부상을 당하면서 여러 압박감에 시달리게 되니까 스키 선수라는 생활에 회의감이 들었어요. 소치 동계올림픽을 못 나가게 되면서 그만둬야겠다는 생각도 했고. 스키를 타야하는 동기를 찾지 못했죠.”

하지만 기나긴 방황의 터널에도 끝은 있었다. 2016년 세계랭킹 20위권 선수들만이 출전할 수 있는 ‘2016 스키 파이널월드컵 대회’에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는 “마지막을 결심하고 ‘재밌게 타야지’, ‘내 나름의 스키를 타야지’라고 했던 생각들이 오히려 좋은 성적으로까지 이어진 거 같아요”라며 웃었다.

그는 성적에 집중했을 때가 아닌 본인 스스로에게 집중했을 때의 마음가짐을 강조하고 있었다. “처음 스키를 시작했던 이유도 스키장에서 느끼는 행복감이 컸기 때문이에요. 성적 때문이 아니었죠. 제가 스키를 타면서 가장 만족감을 느꼈을 때도 성적이 아닌 제가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나왔을 때였어요. 선수들이 운동을 통해서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 정말 많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알았으면 좋겠어요.”

최근 그는 평소 본인이 생각하는 가치를 담은 ‘Movelopment’라는 스포츠 아카데미를 설립했다. 그는 “스포츠가 갖고 있는 다양한 가치와 역할을 알리고, 기존의 승리지상주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가치 중심의 스포츠 문화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은퇴하고 나니 시원섭섭했는데, 이제 다시 신인의 자세로 돌아가야 할 거 같아요(웃음). 저만의 새로운 꿈을 다시 또 펼쳐야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그의 눈은 신인처럼 밝게 빛나고 있었다.

이인서 명예기자(서울대 체육교육 전공) woorilis@naver.com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