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대표팀 김재환. 스포츠동아DB
“이제 나올 때죠.”
한국 야구대표팀 김경문 감독(61)은 실종된 홈런에 초조해 하지 않았다. 오히려 긍정적인 생각을 앞세우며 선수들의 한 방을 믿고 기다렸다. 그리고 그 믿음에 보답한 것은 지명타자 김재환(31·두산 베어스)이었다.
김재환은 1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미국과의 1차전에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1회말 결승 3점포를 포함해 4타수 1안타(1홈런) 3타점 1득점으로 활약하며 팀의 5-1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전 만난 김재환은 “대표팀에서 아직 홈런이 나오지 않았지만 무작정 홈런만을 노릴 수 없다. 홈런보다 중요한 게 있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특별히 장타를 욕심내지 않았음에도 정작 실전에서는 스스로에게 보란 듯 대표팀의 대회 마수걸이포를 책임졌다.
대표팀은 고척에서 열린 C조 1라운드 세 경기에서 15점을 생산하며 화끈한 화력을 자랑했다. 그러나 홈런은 한 개도 터지지 않았다. 반면 이날 상대한 미국은 A조 예선 세 경기에서 무려 10개 홈런을 때리고 올라온 팀.
대표팀으로서는 예선을 잘 막아낸 투수진의 ‘방패’가 상대 ‘창’을 봉쇄하는 게 첫 번째 최고 시나리오였다. 그런데 오히려 먼저 ‘창’을 꺼내든 쪽은 한국이었다. 1회말 김하성과 이정후의 연속 안타로 만든 2사 1·3루 찬스에서 5번 지명타자 김재환이 타석에 들어섰다. 김재환은 1B 상황에서 상대 선발 코디 폰스의 시속 151㎞짜리 몸쪽 공을 잡아당겨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겼다. 도쿄돔 외야 스탠드 중간에 떨어졌을 정도로 큰 타구.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한 선수단은 덕아웃에서 일제히 손을 위로 들어 올렸다.
단숨에 3-0으로 달아난 대표팀은 한 번 잡은 기세를 넘겨주지 않았다. 선발투수 양현종의 호투와 7회 추가 2득점을 더해 최종 5-1로 승리했다. 김재환의 1회말 스리런포가 결승 3점포가 됐다.
김재환은 이번 대표팀 최고의 해결사다. 고척에서 열린 캐나다전에서는 0의 균형을 깨는 2타점 적시타로 슈퍼라운드 진출 발판을 마련했고, 슈퍼라운드 첫 경기에서는 결승 홈런까지 날렸다. 이번 대회 현재까지의 성적은 4경기 타율 0.250(12타수 3안타), 6타점, 3득점. 대표팀에서 가장 많은 타점을 책임져 필요한 순간마다 영웅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