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피버피치] K리그 토너먼트 없어도 충분해…현대가 더비, 명품으로 기억되길

입력 2019-11-2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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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하나원큐 K리그1 2019’가 종착역으로 치닫고 있다. 두 경기만 남긴 지금의 화두는 여전히 세 가지. 우승 경쟁, 강등권 다툼, 2020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티켓 쟁탈전이다. 다가올 37라운드에서 단연 흥미를 끄는 경기는 23일 오후 3시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릴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의 ‘현대가(家) 더비’다. 당장 여기서 우승이 결정될 수 있다.

36라운드까지 승점 78을 쌓은 울산이 전북(승점 75)에 앞섰다. 울산이 이기면 다음달 1일 최종 라운드와 관계없이 2005년 이후 14년 만에 정상에 선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우승 세리머니를 염두에 두고 트로피를 울산으로 이동시킨다.

물론 반대의 결과가 나오면 분위기는 급변한다. 승점 동률과 함께 다 득점(울산 69골·전북 70골)에 앞선 전북이 선두가 된다. K리그는 골 득실이 아닌, 다 득점을 우선시한다. 무승부의 경우도 끝까지 간다. 전북은 최종라운드에서 강원FC, 울산은 포항 스틸러스와 안방에서 만난다.

특히 울산과 포항의 치열한 ‘동해안 더비’는 숱한 스토리를 남겼다. 백미는 2013시즌, 그것도 12월 1일. 울산은 홈으로 포항을 불러들였다. 그 때도 울산은 선두였다. 2위 포항에 승점 2를 앞섰다. 그런데 ‘지지만 않으면 될’ 경기를 울산이 졌다. 후반 추가시간 막판 결승포를 얻어맞았다. 드라마틱한 역전 우승에 성공한 포항의 환희 뒤로 울산은 눈물바다였다.

지금도 회자되는, 울산에게 깊은 트라우마가 된 승부. 장면 하나하나가 뇌리를 스치지만 김신욱(상하이 선화)의 표정이 생생하다. 그는 울산의 간판 골잡이였다. 하지만 포항전을 뛸 수 없었다. 브라질 주포 하피냐와 함께 경고누적으로 빠졌다. 탄탄한 수비-강력한 한 방의 ‘철퇴축구’로 아시아를 호령한 김호곤 감독은 당시 방패가 유일한 믿을 구석이었고, 90분은 원한대로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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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석에서 초조하게 관전하던 김신욱은 대기심이 후반 추가시간을 알리자 우승 세리머니를 위해 발걸음을 옮기던 중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미리 축하를 건네는 팬들과 일일이 손을 마주치며 미소 짓던 그는 그 순간, 몸이 얼어붙은 듯 멍하니 허공만 응시했다.

악몽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울산은 이겨야 한다. 비겨도 쫓긴다. 오랜 전통의 포항은 우승 제물이 되길 거부한다. 자존심 강한 강철군단은 울산도 버겁다. 라이벌의 환희를 지켜보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전북도 단단히 벼르고 있다. 2연승을 하면 자력 우승이다. K리그 최초 300개 공격 포인트를 달성한 베테랑 이동국은 “들러리가 되지 말자”는 짧고 굵은 메시지를 후배들과 공유했다.
잔칫상은 잘 차려졌다. 1만9000여석이 매진돼 푸른 물결을 예고했고, 전북도 버스 40여대를 동원해 배정된 원정석 1098개를 채운다. 미디어 신청도 폭증해 울산 구단이 인원을 조정 중이다.

많은 이들이 K리그에 KBO리그처럼 포스트시즌이 도입되길 희망한다. 흥미와 관심을 유도하기 위함이란다. 그럼에도 시즌 내내 잘한 팀이 결실을 얻어야 한다는 점은 모두 찬성하는 바다. 올 시즌은 울산과 전북이 그렇다. 의도치 않게 성사된 ‘사실상의 결승’은 어떤 추억을 안겨줄까. 훗날 우린 어떤 기억을 떠올릴까. 결전이 하루 남았다.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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