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보단 경험과 즐거움이 우선’ 골 클럽 홍성호 대표의 철학

입력 2019-11-25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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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년축구 ‘골 클럽’ 대표 홍성호. 스포츠동아DB

한국 엘리트 스포츠는 종목을 막론하고 ‘승리’를 추구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어린 시절부터 팀이 이기는데 초점을 맞추다보니 유소년에서 성인 선수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한계가 뚜렷하다.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유소년 축구 클럽 ‘골 클럽’은 이 틀을 깨고 선수들의 성장에 무게를 둔 프로그램으로 각광받고 있다. 골 클럽을 운영 중인 홍성호 대표는 선수들의 인지능력 향상, 축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홍 대표는 선수 시절 주목받는 유망주 중 한명이었다. 중동고, 아주대를 거쳐 1997년 K리그 드래프트 2순위로 수원 삼성에 입단했지만 허리 부상 등으로 인해 일찍 선수 생활을 접었다. 유소년 축구로 눈길을 돌린 그는 스페인, 독일, 브라질 등 축구 강국의 유소년 축구 시스템을 보고 배웠다.

홍 대표는 24일 “운 좋게 대한축구협회의 도움을 받아 브라질에서 2년 정도 공부했다. 거기서 신세계를 봤다. 후에는 자비로 스페인, 독일에서 2년간 공부 했고 2006년 분당에서 골 클럽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소년 스포츠는 승부보다는 육성, 미래를 내다보는 교육, 경험이 정말 중요하다. 그러나 한국은 어린 시절부터 무서운 분위기 속에서 운동을 한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이를 통해 경험을 하고 이해를 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발렌시아에서 활약 중인 이강인(18)도 홍 대표의 지도를 거친 선수다.

2012년 골 클럽은 스페인에서 열린 국제유소년축구대회에 참가해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지만, 성적보다 스페인 유소년들과의 경기 경험 자체에 의미를 뒀다. 이후에는 스페인 교육기관과 교류를 하면서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등 선진 축구 교육을 이어어고 있다.

홍 대표는 “한국 엘리트 체육은 팀이 이기는 축구를 하는 과정에서 선수들의 재능이 소멸돼 왔다. 아이들에게 초·중·고 시절은 황금과 같이 귀한 시간이다. 당장의 승패보다는 아이들이 좋은 경험을 하고 축구를 이해하며 즐거움을 찾도록 돕고 있다. 지도했던 선수들이 좋은 선수로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볼 때 뿌듯함을 느낀다”며 미소를 지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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