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레이더] 대표팀 차출이냐 참여냐, 이제는 달라져야 할 때

입력 2019-12-02 09: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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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KOVO

최근 2시즌 챔피언결정전을 치렀던 도로공사가 고전하고 있다. 외국인선수 선택의 실패와 배유나의 공백이 크다. 새삼 다재다능한 능력을 보여줬던 배유나가 대단한 선수라는 것을 확인했다. 여기에 베테랑 이효희와 정대영의 부진까지 겹쳤다. 마흔 즈음에 현역으로 뛰는 것만으로도 존경스럽지만 이번 시즌 두 선수의 모든 수치가 떨어졌다. 갑작스러운 하락이 나이 탓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코칭스태프와 구단은 궁금해 했다.

현재까지는 시즌 준비과정이 완벽하지 못했다는 결론이 나왔다. 두 사람은 대표팀에 차출되느라 많은 체력훈련을 하지 못했다. 정대영은 발리볼내이션스리그부터 시작해 8월 올림픽 대륙간예선전에도 출전했다. 부상도 당했다. 이효희는 세터 2명이 줄지어 다치자 급히 대타로 나가서 대륙간예선전을 뛰고 왔다. 정말 필요할 때 부름을 마다하지 않고 희생해준 그 공은 누구도 잊어서는 안 되겠지만 지금 되돌아보면 과연 그 선택이 옳았는지 궁금하다.

베테랑은 젊은 선수보다 회복속도가 떨어진다. 더 치열한 시즌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국제대회 시즌동안 오래 대표팀에 갔다가 오면 대부분 정상이 아닌 상태로 소속팀에 돌아온다. 긴 겨울 시즌을 마친 뒤 충분히 쉬어야 할 때에 계속 경기만 하고 전 세계를 돌아다녔으니 이상이 생기는 것은 당연했다.

사람들은 리그에서 혹사를 당한다고 말하지만 대표팀에 불려가지 않았으면 정상으로 돌아올 시간여유는 있었다. 그나마 구단은 선수들에게 연봉이라도 준다. 대표팀은 아무런 보상도 없다. 오직 선수들의 열정만 요구하고 국가를 위해서 뛰라는 책임감을 준 것 외에는 해준 것이 별로 없다.

젊은 선수들은 대표팀에 다녀온 뒤 부진하거나 부상으로 시즌을 통째로 쉬어도 다음 기회가 있다. 베테랑은 아니다. 자칫 조금이라도 부진한 기미가 보이면 끝이다. 그래서 더욱 몸 관리에 책임을 져줘야 하지만 지금껏 대표팀은 이 것을 못했다. 많은 구단들이 대표팀에 선수를 보내려 하지 않는 진짜 이유다. 어느 선수는 아픈데도 대표팀에 불려갔다 온 뒤 시즌 내내 부상으로 제대로 뛰지 못해 연봉이 대폭 깎였다.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구단의 귀한 자산을 데려가 놓고 책임지지 않는 상황에 분노하는 구단들은 많다.

이효희와 정대영은 이번 시즌이 계약 마지막 해다. 만일 시즌 내내 부진해서 더 이상 뛸 기회가 없다면 불행한 결말이다. 그래서인지 11월26일 흥국생명전에서 이들은 정말 열심히 뛰었고 팀에 승리를 안겼다. 경기 뒤 정대영은 “대표팀에 다녀온 뒤 다치고 몸도 좋지 못해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만일 이번에 또 대표팀에서 부르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자 “지금 성적이라면 그럴 리 없겠지만 불러준다고 해도 이제는 죄송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이제 대표팀도 새로운 차출방식이 필요하다. 먼저 대상자들에게 의사를 물어보고 원하는 사람만 데려가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할 때다. 지금까지는 선수의 의견보다는 협회의 판단이 먼저였다. 미리 답을 정해놓고 차출을 강요했다. 협회는 여론을 핑계대지만 비난이 두려워서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선수도 많다. 물론 반대로 구단이 일부러 보내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한국배구연맹 이사회는 대표팀 차출을 거부할 경우 그 기간의 2배 이상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대한배구협회의 요구에 따른 것이지만 너무 일방적이다. 선수들에게도 대표팀을 거부할 권리를 줘야 공정하다.
어느 프로야구 감독의 말처럼 프로선수는 개인사업자다. 내 사업에 불이익을 받아가면서까지 대표팀에 억지로 끌려갈 이유는 없다. 아무리 국가가 필요하다지만 선수의 행복과 미래까지 피해를 보는 게 정의로운지 생각해봐야 한다. 특히 오랫동안 대표팀에서 헌신했던 베테랑들에게는 그럴 권리가 충분히 있다. 만일 선수들이 대표팀에 가기를 꺼려한다면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그 의사도 반드시 존중해줘야 한다.

거부권을 주면 많은 이들이 대표선수가 되려고 하지 않는다는 반박도 나올 것이다. 정말 그렇다면 그 대표팀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선수의 탓은 아니다. 선수들이 먼저 가고 싶게 대표팀의 환경부터 제대로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이제는 세상이 달라졌다. 차출이 아니다. 선수들에게 대표팀 참가의사가 있는지 물어보고 정중하게 참여를 요청해야 한다. 물론 이들의 헌신을 감사하면서 충분한 보상도 해줘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도쿄올림픽 아시아대륙 최종예선전을 앞두고 선수들의 자발적인 참여의지를 응원하고 고마워한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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