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발리볼] 다우디 가족재회와 테일러 작별에 숨겨진 스토리

입력 2019-12-25 13: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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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디. 스포츠동아DB

현대캐피탈은 크리스마스이브에 안산 원정에서 큰 선물을 받았다.

정규리그 우승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걱정했던 대표선수 차출 이후 첫 경기에서 3-0 완승을 거뒀다. 주전 신영석 최민호 전광인이 빠지고도 대표선수 차출이 한 명도 없었던 OK저축은행을 일방적으로 제압했다. 두 팀은 3라운드 맞대결에 이어 1월3일 천안에서 4라운드 대결을 또 해야 한다. 시즌 일정이 확정됐을 때부터 가장 걱정했던 두 경기의 첫 단추를 잘 꿴 현대캐피탈은 행복한 성탄절의 여유를 느낄 수 있게 됐다.

농구선수 박지수의 오빠로 더 알려진 3년차 박준혁이 6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면서 시즌 전부터 준비해왔던 것을 보여준 것이 승패의 결정타였다. 여기에 21득점, 56% 공격성공률의 다우디가 갈수록 더 파워 넘치는 공격으로 중요한 순간마다 득점을 해주자 세터 이승원의 배분에 한결 여유가 생겼다.

●복덩이 다우디에게 안긴 특별한 성탄절 선물

다우디가 가세한 이후 현대캐피탈은 7승1패 승점22를 쌓으며 선두 대한항공을 맹렬하게 추격하기 시작했다. 24일 안산 체육관에는 다우디의 여자친구 난지리 산드라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23일 늦게 한국에 도착해 남자친구가 V리그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현대캐피탈은 그동안 타국에서 외롭게 지내던 다우디에게 특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끝에 여자친구를 제 때에 모셔왔다. 구단 관계자가 들려준 그 과정은 흥미로웠다.

내년 6월 결혼예정인 산드라는 우간다에서 두바이를 경유해 대한민국에 도착했다. 당초 그가 원했던 코스는 다우디와 함께 생활했던 터키를 먼저 들러서 반려견과 필요한 물품들을 챙겨서 오는 것이었다. 산드라는 다우디가 터키에서 활동할 때 터키로부터 입국비자를 받아 함께 생활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터키의 입국비자를 받지 못했다. 다우디가 터키리그를 떠나 현대캐피탈에 입단하자 그 팀을 응원하던 비자 담당자가 화가 나서 산드라의 입국비자를 내주지 않았다는 믿기 힘든 말도 들린다.

우간다 국적의 젊은 여자가 대한민국의 입국비자를 받은 것은 의외로 어려웠다. 현대캐피탈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최대한 빨리 입국비자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결국 23일 입국시키는데 성공했다. 다우디가 기르는 반려견은 에이전트가 터키에 직접 가서 데려왔다. 모두의 노력 덕분에 다우디와 여자친구, 반려견은 그 누구보다 행복한 성탄절을 천안에서 맞이하게 됐다.

테일러. 사진제공|도로공사 배구단

●콜택시 타고 김천을 서둘러 떠난 테일러

누구는 이처럼 많은 이들이 노력해서 하루라도 빨리 만나게 해주려고 하지만 도망치듯 떠난 사람도 있다. 사실 이별은 모두에게나 슬프다. 특히 오랫동안 몸을 부대끼고 지내온 사람들은 헤어지는 더 순간이 힘들다. 프로선수들은 이 것을 숙명처럼 받아들인다. 계약관계에 따라 언젠가는 떠나야 한다.

최근 가장 슬픈 이별을 한 선수는 도로공사 테일러다. 지난 11일 도망치듯 이 땅을 떠났다. 태업으로 미운 털이 박혔던 테일러는 잔여연봉을 더 받으려고 꼼수를 부리다 구단의 공식 경고장에 이어 계약해지 통고서를 받았다. 10일 오후였다. 국내에서 그를 돌봐주던 에이전트마저 이미 손을 들고 포기한 마당에 테일러가 버틸 재간은 없었다.

태업을 하는 동안 국내 변호사를 만나서 소송도 알아봤지만 이 마저도 힘들다는 대답을 들었다. 테일러와 도로공사가 입단하기 전에 맺은 이면계약에 따르면 소송이 벌어질 경우 관할 법원은 국내로 정한다고 했다. 소송을 위해서는 국내에 거주하면서 이런저런 절차를 거쳐야하는데 10일 계약해지 통고서가 날아왔다. 선수는 계약이 해지되면 구단이 마련해준 숙소를 즉시 비워줘야 하고 가지고 있던 승용차도 반납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더 버티기는 힘들다고 봤던 모양이다. 결국 테일러는 10일 아침 김천에서 콜택시를 불러서 인천국제공항까지 간 뒤 미련 없이 미국으로 떠났다.

보통은 외국인선수가 계약해지가 되더라도 구단이 귀국행 비행기 티켓을 끊어주고 숙소에서 공항까지 가는 차편도 알아봐주는데 테일러는 예외였다. 염치가 있었는지 티켓도 자신이 구입하고 장거리 콜택시도 스스로 불렀다고 했다. 지금 가족과 미국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낼 그가 김천에서의 짧은 생활을 어떻게 기억할지 궁금하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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