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 정성일. 사진제공ㅣ바를정엔터테이먼트
정성일은 극중 조여정의 이복오빠로 출연해 시청자 사이에서 “인상 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올해를 참 좋은 작품으로 열었다”며 “연기인생의 제2막이 열리는 느낌”이라며 벅찬 감동을 드러냈다.
‘99억의 여자’는 우연히 99억 원을 가지게 된 정서연(조여정)의 이야기를 그린다. 정성일은 호시탐탐 돈을 노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정서연을 지키다 최후를 맞는 백승일 역을 연기했다.
조여정과 “진짜 남매처럼” 금세 친해졌다는 그는 “칸 국제영화제를 다녀온 연기자와 함께 한 것이 영광”이라고 웃음을 터뜨리며 “캐릭터의 과거를 함께 고민하는 과정이 놀랍도록 좋았다”고 돌이켰다. 조여정은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으로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에 힘을 보탰다.
정성일은 2007년부터 ‘라이어’와 ‘극적인 하룻밤’, ‘형제의 밤’ 등 뮤지컬 무대를 밟았지만 TV와 영화와는 유달리 연이 닿지 않았다. 그러다 “조회수 300회 남짓인 공연 홍보 인터뷰 영상”을 본 ‘99억의 여자’의 연출자 김영조 PD가 그를 알아봤다.
정성일은 “덕분에 시청자에게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작품을 만났다”라며 “이를 통해 할 수 있는 역할이 더 많아질 것 같은 느낌”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올해로 연기를 시작한 지 15년째”라는 정성일에게 무대는 그야말로 “훌륭한 학교”였다. 백제예대 연기과에 입학했지만 “빨리 연극무대에 오르고 싶다는 욕심”으로 1년 만에 그만두고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다 배웠다고 자만한 철없던 시절”인 20대를 대학로에서 보냈다. 사기도 당하고, 들어간 극단이 망하기도 했지만 “얽매이지 말고 멈추지 말자”는 신념으로 달렸다. 그 사이 그가 ‘연기 멘토’로 삼는 연기자 전배수 등을 만났다. 그는 “무대 위에서 몸으로 부딪치며 배운 것들이 나를 성장시킨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정성일은 “언젠가는 유명해지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그런 욕심이 오히려 조바심을 내게 만들면서 어느 순간부터 연기를 방해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만의 속도를 지키며 걷는다면 언젠가 기회가 올 것”이라고 스스로를 달랬다.
그에게 15년은 “내려놓는 과정”과도 같았다. 욕심을 버리니 “연기에만 집중한 나를 발견하게 됐다”고 한다. 어느 순간부터는 “잘 다져놓으면 오래도록 연기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가족들의 응원과 웃음”은 그에게는 연기를 계속 할 수 있는 ‘힘’이다. 자신의 ‘1호 팬’이자 연기를 시작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준 누나도 “TV로 보니 얼굴이 더 늙었어”라고 놀리면서도 내심 흐뭇해한다.
정성일의 단 하나의 목표는 “오래 연기하는 것”이다. “어디에 갔다 놔도 어울리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여전히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 같은지 묻자 그는 “현실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며 수줍게 웃었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