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올림픽 갈래요” 콜린 벨의 꿈, 태극낭자들이 이룰까?

입력 2020-02-0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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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축구대표팀 감독 콜린 벨(왼쪽).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나도 올림픽에 가고 싶어요.”

한국 축구 사상 최초로 여자축구대표팀을 이끄는 외국인 사령탑 콜린 벨 감독(잉글랜드)의 또렷한 각오다.

지난해 10월 지휘봉을 잡은 벨 감독은 11월 두 차례 강화훈련을 거쳤고, 12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에 도전했다. 1승1무1패로 일본(3승)에 밀려 준우승에 그쳤으나 공격적인 직선 축구와 빠른 빌드업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부임 한 달여 만에 확실한 컬러를 입힌 벨 감독의 능력도 많은 갈채를 받았으나 축구계가 특히 주목한 부분은 ‘동기부여’였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 한국어 공부에 적극적인 그는 항상 확실한 메시지를 던지고, 정확한 피드백을 제자들에게 요구한다. 여자대표팀에 ‘토론식 미팅’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태극낭자들은 첫 미팅의 추억을 잊지 못한다. 벨 감독은 영상을 틀었다. 여자 복서가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올림픽 시상대에 올라선 내용. 선수단은 물론, 동석한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도, 여자대표팀 스태프도 생각이 일치했다. “열심히 노력하면 반드시 보상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벨 감독은 뜻밖의 말을 했다. “여러 분, 나도 올림픽에 갈래요.” 숙소 미팅 룸에는 유쾌한 웃음이 가득했지만 큰 꿈을 가슴 속에 품는 계기가 됐다.

한국 여자축구에 올림픽은 큰 무대다.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에는 세 차례(2003년 미국·2015년 캐나다·2018년 프랑스) 출격한 태극낭자들이지만 올림픽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일본, 중국, 북한, 호주 등 아시아권의 세계적인 강호들을 뚫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멈춤은 없다. 벨 감독은 제자들과 ‘2020도쿄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새 이정표를 세우려 한다. 이전보다 확실히 유리하다. 일본이 개최국 자격으로 올림픽에 자동 출전하고, 북한은 3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시작한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A조) 참가를 거부했다.

이날 한국은 미얀마와의 1차전에서 나란히 2골씩을 터트린 지소연(첼시 위민)~박예은(경주한수원)~여민지(수원도시공사)의 활약 속에 7-0 쾌승을 거뒀다. 큰 이변이 없다면 3월 플레이오프(PO) 출전이 유력하다. 오히려 호주·중국이 경쟁하는 B조 순위에 더욱 시선이 쏠린다. PO는 각 조 1·2위가 크로스로 자웅을 겨뤄 승자가 올림픽 티켓을 얻는다.

운명의 무대에 발을 내디딘 벨 사단은 정말 큰일을 낼 수 있을까.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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