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희 심판, 2연속 올림픽 본선배정 받다. 몰랐던 올림픽 심판의 세계

입력 2020-02-06 11: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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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희 심판. 사진 | 강주희 심판 페이스북

강주희 심판이 2020도쿄올림픽 본선심판으로 배정됐다. 2016년 리우올림픽 때 한국배구 100여년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본선에서 활약한 여성심판의 역사를 쓴지 4년 만에 또 다른 기록을 세웠다. 국내심판 가운데 올림픽 본선에 복수로 배정된 것은 조영호 전 KOVO 경기운영위원장과 김건태 전 KOVO심판위원장 등이 있다. 두 사람은 각각 3회 올림픽 본선에 참가했다. 국제배구연맹(FIVB)은 올림픽 본선경기 배정이 가능한 클래스 A등급 심판의 정년을 55~60세로 최근 연장했다. 강주희 심판이 앞으로 국제대회에서 많은 경력을 쌓고 꾸준히 좋은 판정을 해온다면 새로운 기록을 세울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해마다 1월 말부터 2월 초 FIVB가 국제대회 일정을 확정하고 나면 전 세계 심판들은 이메일만 기다린다. 통상적으로 2~3월부터 대회일정에 따라 순차적으로 해당 심판에게 경기가 배정됐다는 사실을 알린다. 이번에는 일본 조직위원회가 일찍 경기배정 소식을 전했다.

강주희 심판(오른쪽). 사진 | 강주희 심판 페이스북


그보다 앞서 희망적인 조짐은 있었다. 12월 초 FIVB 심판들의 비행티켓을 담당하는 트레블 에이전트 앱에서 도쿄행 왕복 항공티켓을 보냈다. 7월20일 서울을 출발해 8월10일 입국하는 일정이었다. 그 기간에 열리는 최고등급의 FIVB대회는 올림픽 밖에 없었기에 내심 기대는 했다. 다만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비행기 티켓은 언제라도 취소가 가능하기에 FIVB가 최종적으로 심판배정 확인공문을 보낼 때까지 표정관리만 했다. 2012 런던올림픽 때는 큰 기대를 했지만 심판배정 확정 마지막 날 탈락했던 아픈 기억도 있다.

FIVB는 유럽시간 기준으로 1월30일 전 세계의 올림픽 출전심판에게 배정결과를 통고했다. 36명의 클래스 A등급 가운데 심판 19명과 비디오챌린지 담당 심판 3명 등 총 22명이 좁은 문을 통과했다. 이 가운데 여성심판은 4명이다. 아시아권에서는 일본 2명, 중국, 이란, 이집트, 아랍에미레이트, 대한민국 각각 1명으로 총 6명이다.

강주희 심판(오른쪽에서 두번째). 사진 | 강주희 심판 페이스북


올림픽배구 본선경기 심판은 축구의 월드컵 심판만큼 영예로운 자리다. 전 세계 헤아릴 수도 없는 다양한 등급의 심판 가운데 최고등급에 속해야 하고 지난 4년간 권위 있는 대회에서 정확한 판정과 경기진행을 해왔던 사람들에게만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클래스 A심판이 참가하는 대회는 해마다 열리는 VNL 예선과 결승라운드, 세계클럽선수권대회, 4년 주기의 세계선수권대회, 월드컵 등이다. 강주희 심판도 이 대회에 꾸준히 배정을 받아 참가했고 모든 경기가 끝날 때마다 리포트를 제출하고 판정으로 결과를 보여줬다.

겉으로 보이기에는 호수 위의 백조처럼 우아하지만 사실상 물 밑으로는 생존을 위한 힘찬 발차기를 해야 하기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돈보다 명예를 더 먼저 생각하는 클래스A 심판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유명한 이탈리아 패션제품 조지오 아르마니의 부사장과 BMW자동차 회사 부사장도 있다. 의사, 교수들도 있고 대부분이 박사다.

사진 | 강주희 심판 페이스북


물론 이들의 노고에는 대가가 있다. 강주희 심판에게 올림픽 때 어떤 대우를 해주는지 물었다. “리우 때는 FIVB가 대회기간동안 심판수당과 활동비로 하루 250달러씩 줬고 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항공티켓과 숙소(호텔), 대회기간 동안 교통비와 식사 등의 활동에 필요한 액수로 200~300만원을 체크카드로 줬다. 그 체크카드로 ATM기기에서 브라질 돈만 빼낼 수 있었는데 몇몇 심판들은 그 돈을 달러로 바꿔서 쓰느라 불편했다. 이번에는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당시 22일간 리우에 머물렀기에 계산해보면 5만5000달러를 심판수당으로 받은 셈이 된다.

실업배구시절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대형 미들블로커로 기대를 모으다 은퇴한 뒤 심판을 택한 그로서는 정말 명예로운 일이지만 아쉬운 것도 있다. 국제대회를 돌아다니다보면 배구 외교역량이 떨어지는 우리의 현실을 볼 기회도 많기 때문이다. 아무리 우아하고 고상한 사회지만 그래도 팔은 안으로 굽는다. 각국의 유력한 배구인사들이 국제무대에서 자국의 심판을 위해 음으로 양으로 도와주고 심판도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자국의 팀을 도와줄 방법을 찾지만 우리는 그런 시도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20도쿄올림픽 배구 임원진 17명 가운데 태국과 필리핀 국적은 있지만 우리는 없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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