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K리그2에서 강렬한 시즌을 보내고 K리그1에서의 도전을 앞둔 광주 박진섭 감독은 ‘더 높은 곳을 향해 달려가는‘ 열정의 팀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올해 초 전남 순천에서 진행된 동계전지훈련에서 만난 그는 포항은 꼭 잡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현역 시절부터 이어온 꽤 오랜 루틴이다. 운전대를 잡고 홀로 해변을 찾아 머리를 식히곤 했다. 그런데 지난 시즌은 많이 달랐다. 바다를 자주 찾을 필요가 없었다. 스트레스를 받을 만한 일이 많지 않았다. 광주는 정말 대단했다. 시즌 개막 후 19경기 무패(16승3무)를 기록하는 등 폭풍처럼 진군하며 K리그2 1위로 승격티켓을 거머쥐었다. 위기도 있었으나 금세 진화됐고, 활짝 미소를 지었다.
다시 찾아온 새 도전의 시간. 승격이 아닌, 생존을 향한 긴 여정을 앞두고 있다. 전남 순천~태국 치앙마이로 이어진 동계전지훈련을 이끄는 박 감독은 최근 스포츠동아와 만나 “단순히 살아남는 것 이상의 가치를 올해 얻었으면 한다”면서 “우리가 창단 후 한 번도 이기지 못한 포항 스틸러스를 올해는 반드시 잡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프리시즌을 어떻게 보내고 있나.
“일단 선수단 구성에 있어선 최대한 지키는 데 초점을 뒀다. 큰 변화를 주고 싶지 않았다. 다행히 전력 이탈이 크지 않다. 조직적인 부분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몇몇 영입생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지 않겠나.”
-지난해 무더위에서도 겨울양복을 입었다.
“우연히 만들어진 징크스다. 사실 선수들 대부분이 각자의 그것(징크스)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왠지 느낌이 좋은 축구화를 계속 고수한다던지 따위의 그런…. 그래도 올해는 편안하게 경기에 몰입하려 한다. 겨울양복을 다시 꺼내 입을 일은 절대 없다. 계속 옷장에 모셔두겠다.”
-처음 광주에 부임했을 때와 지금을 비교한다면?
“과거 내가 느낀 광주 선수들은 ‘그냥 열심히 뛰기만 하는’ 모습이었다. 보수적이라고 할까? 라인을 많이 내린다는 인상이었다. 열심히 하지만 성과를 좀처럼 내지 못하는…. 프로는 ‘열심히’가 전부는 아니다. 그건 기본이다. 우린 ‘효율’을 봐야 한다. 기본에 충실하되, 성과까지 내야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고, 첫 구상에서 80% 선은 채워졌다.”
-K리그2 득점왕(19골) 펠리페가 잔류했는데.
“펠리페에게 ‘K리그1에서 더 증명하라’는 얘기를 많이 해줬다. K리그2 득점왕도 영광스런 족적이지만 K리그1은 또 다른 무대다. ‘좀더 실력을 증명하고 큰 기회를 찾았으면 한다’고 조언했고 펠리페가 받아들였다.”
-자신이 지향하는 광주의 컬러는?
“밸런스와 조직이다. 일단 많이 이야기를 해야 한다. 의사교환을 자주 하고 소통하면서 각자가 ‘하나 됨’을 느끼는 탄탄한 팀을 구축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지도자’도 선수들과 마음을 일치시키는 자세다.”
-새 시즌 구체적인 목표가 있는지.
“잔류는 당연하다. K리그1에서 롱런할 수 있는 팀이 돼야 한다. 다행히 환경 개선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축구전용경기장에 연내 클럽하우스가 탄생하고, 조만간 입주가 가능하다. 훈련장 걱정도 사라진다. 지난해의 유쾌한 기억을 오래 가져가고 싶다.”
-K리그1에서도 ‘벌떼축구’가 통할까.
“많이 걱정도 된다. 그래도 큰 틀을 유지하려 한다. 최대한 다양한 전술적 옵션을 준비하며 반드시 이겨야 할 상대와의 승부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 마음으로는 모든 팀들을 한 번씩 이겨보고 싶지만 일단 포항부터 꺾고 싶다. 우리 자신을 잃지 않고, 서로를 믿으면 못할 것은 없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