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이슈] 봉준호 ‘기생충’ 4관왕, 韓영화·아카데미 새 역사 (종합)

입력 2020-02-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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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이슈] 봉준호 ‘기생충’ 4관왕, 韓영화·아카데미 새 역사 (종합)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언어와 문화 장벽을 깨고 영화계 역사를 새로 썼다.

미국 현지 시각으로 지난 9일 LA 할리우드 돌비 극장(Dolby Theater)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은 한국영화 최초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 장편 영화상 4개 부문을 수상하며 올해 아카데미 최다 수상을 기록했다.


특히 '기생충'의 작품상 수상은 비(非)영어 영화로는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다. 또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까지 석권한 것은 아카데미 역사상 세 번째 기록이다. '기생충'이 세계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것이다.


봉준호 감독은 시상식 후 가진 국내 취재진과의 기자간담회에서 “골든글로브 시상식 때 ‘1인치의 자막을 뛰어넘으면 더 놀라운 영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돌이켜보면 때늦은 발언을 한 것 같다”며 “이미 장벽은 많이 허물어져있었고 그 때도 ‘기생충’이 북미극장가에서 호응이 있었다. 요즘 세상이 소셜미디어나 스트리밍으로 장벽이 많이 허물어져 있다. 모두가 연결된 세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생충’도 훨씬 편하고 뜨거운 반응이 있지 않았나 싶다. 오늘 일로 인해 그 장벽이 흔적도 사라지는 시기가 우리의 생각보다 더 빨리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감독상을 받으러 올라가는데 우연히 마틴 스콜세지, 토드 필립스, 샘 멘데스 감독과 눈이 마주쳤다. 함께 후보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흥분되는 일이었는데 그 분을 먼 발치의 의자에 앉혀두고 내가 상을 받고 있는 것이 비현실적이었다. 무대 위에서 했던 말은 모두 진심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봉준호 감독은 “전작 ‘옥자’는 한국과 미국 프로덕션이 합쳐진 것이었지만 ‘기생충’은 가장 한국적인 것들이 가득 차서 오히려 가장 넓게 전 세계를 매료시킬 수 있었던 것"이라고 4관왕의 의미를 설명했다.



봉준호 감독은 1994년 단편 영화 '백색인'으로 데뷔 후 인간애와 유머, 서스펜스를 넘나드는 재미를 선사하면서도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한 질문도 놓치지 않은 작품들로 사랑을 받았다.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이 가장 잘 하는 것'들이 집약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해외의 경우 작년 10월 11일 북미 개봉과 함께 연출, 각본, 연기, 미장센 등 영화 속 모든 요소들이 주목받으며 ‘봉하이브’라는 신조어로 대변되는 팬덤을 양산했다. 다수의 외신과 평론가들은 '기생충'에 대해 전 세계 자본주의 국가들의 공통 과제인 빈부격차 문제를 영화적 문법으로 탁월하게 풀어냈다는 호평을 쏟아냈다. 이는 북미 4대 비평가협회상에서의 주요 부문 수상은 물론, 아카데미 시상식의 바로미터라 불리는 미국 배우조합(SAG), 미국 작가조합(WGA), 미국 미술감독조합(ADG), 미국 영화편집자협회에서 주는 최고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이번 아카데미상 수상을 계기로 '기생충'의 북미 흥행은 당분간 지속될 예정이다. 북미 박스오피스 집계 사이트 모조에 따르면 10일 '기생충'의 북미 박스오피스 매출은 $35,472,282,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 매출은 $165,362,304을 기록 중이다. 상영관은 총 1,060개다. 현재 '기생충'의 북미 박스오피스 매출은 북미에서 개봉한 역대 외국어 영화 중 흥행 6위에 해당된다. 종전 6위는 2001년에 개봉한 '아멜리에'($33,225,499)로, 이 기록 역시 '기생충'이 조만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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