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의 미야자키 리포트] ‘폭포수 체인지업’ 두산 비밀병기 채지선 “간절함으로 버틴 나, 풀타임 1군이 꿈”

입력 2020-03-02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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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채지선이 일본 미야자키 이키메구장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멀리서 이 장면을 지켜보며 엄지를 치켜세운 동료 이영하의 모습이 눈에 띈다. 미야자키(일본) | 강산 기자

두산 김태형 감독(53)은 올해 스프링캠프 과제 중 하나로 젊은 투수들의 성장을 꼽았다.
8일까지 계속되는 일본 미야자키 2차 캠프 내내 영건들에게 메시지를 던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2승1무1패로 구춘대회를 마친 직후에는 “젊은 투수들이 성장할 수 있는 모습들을 봤다. 더 좋아질 것 같다”고 힘을 실어줬다.

그 중심에는 2015시즌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전체 8번)에서 지명된 채지선(24)이 있다. 이번 캠프 내내 두산 마운드의 비밀병기로 주목 받고 있다. 특히 2이닝 1안타 무4사구 5삼진 무실점을 기록한 26일 요미우리 자이언츠 2군전이 끝난 뒤에는 그야말로 관심의 대상이 됐다.

인터뷰를 요청하자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던 그는 이영하와 이형범, 함덕주 등 동료들의 박수에 힘을 얻어 그간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 4년만의 1군 캠프, 간절함으로 산다

입단 2년째인 2016년 1군 캠프를 소화했다. 그러나 그 해에도 2군에만 머물렀다. 성적도 12경기 3승2패1홀드, 평균자책점 5.36으로 만족스럽지 못했다. 즉시전력감이라는 평가에 어울리지 않았다. 사회복무요원 소집해제 후 전역한 지난해에는 2군 5경기 등판이 전부였다. 그러나 두산 코칭스태프는 지난해 11월 마무리캠프 때부터 채지선을 유심히 지켜봤다.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한 구단관계자는 “(채지선의) 체인지업 하나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는데, 이번 캠프를 통해 구단의 시선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하고 있다. 당연히 현장에 파견된 관계자들도 흐뭇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하루하루 간절하고 절박하게 캠프를 치르고 있다.” 채지선의 첫 마디였다. 불펜피칭은 물론 러닝과 웨이트트레이닝 등 훈련 하나하나를 허투루 하지 않는다. “많은 것을 보고 배워야 한다. 지난해 전역하고 4년 만에 1군 캠프에 왔으니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한다. 정말 간절하다”고 했다.

● 체인지업 마스터로 진화?

스스로도 체인지업을 가장 자신 있는 구종으로 손꼽았다. “내게 딱 맞는 구종이다. 처음 던질 때부터 감이 좋았다”고 했다. 두산 김원형 투수코치는 “기본적으로 포심패스트볼(포심)과 체인지업의 이상적인 구속 차이는 10㎞에서 15㎞ 사이라고 보는데, 채지선은 포심과 체인지업의 구속 차이는 5㎞에서 7㎞ 정도”라며 “구속 차이가 크지 않지만, 낙폭으로 그것을 상쇄한다. 요미우리전에서도 포심이 144~145㎞를 찍었는데, 체인지업 최고구속이 140㎞까지 나왔다. 포크볼 이상으로 빠르고 낙폭이 크다”고 설명했다. 포심을 던질 때와 비슷한 투구폼을 유지하는 등의 메커니즘을 가다듬으면 위력을 더할 수 있다는 의미다.

● “1군 풀타임이 꿈”

입단 후 단 한 번도 1군 무대를 경험하지 못했다. 그래서 더 간절하다. 지금의 기세를 정규시즌까지 이어가길 바라며 목표를 크게 잡았다. 채지선은 “전역 후 오랫동안 공을 안 던졌다”며 “스피드를 끌어올리고 예전의 폼도 찾아야 한다. 그 작업이 잘 안 되고 있는 줄 알았는데, 긴장하지 않고 마운드에 올라가서 던지니 생각보다 괜찮더라. 믿어주시는 만큼 1군에서 잘하고 싶다. 1군 풀타임이 꿈”이라고 힘줘 말했다. 인터뷰 직후 사진촬영을 요청하자 먼 발치에서 그 장면을 지켜보던 동료들이 함께 포즈를 취하며 격려했다. 과연 두산 캠프의 ‘뜨거운 남자’ 다웠다.

미야자키(일본)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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