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슬기로운 의사생활’ 하얀거탑도, 라이프도 아닌 의학 드라마

입력 2020-03-13 10: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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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슬기로운 의사생활’ 하얀거탑도, 라이프도 아닌 의학 드라마

‘하얀거탑’인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고 ‘라이프’인가 싶어 봤더니 천만의 말씀이다. tvN 2020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첫 방송은 국내 의학 드라마와 조금 다른 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12일 밤 방송된 ‘슬기로운 의사생활’ 첫 회는 채송화(전미도)와 양석형(김대명)이 열었다. 폭우가 쏟아지는 밤 감전 사고를 당한 전기 기사를 보고 침착하게 대처하는 채송화와 구급차 안에서 자신의 손을 잡는 환자의 손을 소심하게 밀치는 양석형의 모습에서 두 사람의 캐릭터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후 이야기는 율제 재단 안 회장의 임종 직전과 직후의 이야기가 공개됐다. 안 회장이 사망하고 율제 병원이 누구의 손에 들어가게 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여기에 김갑수가 연기하는 주종수 상무와 안정원(유연석)의 엄마인 정로사가 등장했다. 분위기는 순식간에 율제 병원을 놓고 표 대결을 펼칠 것처럼 조성 됐다.

그러나 정작 주종수는 병원을 차지하기 위해 음모를 꾸미지 않았고, 유력한 후보였던 안 회장의 셋째 아들 안정원은 재단 이사장 자리를 포기했다. 다만 ‘키다리 아저씨’로 환자를 돕기 위해 V.I.P 병실의 수익금이 그에게 돌아가도록 조건을 달았을 뿐.

여기에 안정원과 후계자 자리를 다툴 것 같은 주변 형제들의 면면도 웃음을 자아냈다. 성동일, 김성균, 예지원, 오윤아 등 다른 드라마에서 악역으로 이름을 떨친 배우들이 속세에 관심없는 신부와 수녀로 분한 것. 당연히 병원을 둘러싼 형제 다툼도 아쉽게(?) 물거품이 됐다.

즉,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우리가 흔히 보아온, 그리고 거기에서 또 변형된 의학 드라마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의 원인을 첫 회에서 차단했다. 이제 우리는 제작진의 배려 속에 의대 동기 5인방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이날 가장 큰 활약을 펼친 인물은 채송화와 안정원이었다. 먼저 채송화는 의대 동기 5인방의 정신적 지주라는 설정답게 일에서는 냉철하면서도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환자를 위로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했다. 다스베이더 투구를 쓰고 나타난 이익준(조정석)을 수술실로 보내 간 이식을 성사시킨 것도 채송화의 안목.

이어 안정원은 소아과 의사로서 아이들의 안타까운 죽음에 괴로워하고 회복하는 환자에 기뻐하는 모습을 다채롭게 보여줬다. 신부인 형 앞에서 술을 마시며 이중인격에 가까운 감정 기복을 보여준 장면이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어떤 의학 드라마인지를 가장 잘 나타낸다.

한편 이날 방송 말미에는 김준완(정경호)가 학회에 참석한 가운데 채송화와 사귀는 남자친구의 외도를 목격하는 모습이 전파를 타 긴장감을 높였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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