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선 봄’ 즐길 수 있는 추천 콘텐츠②] 영화로 전하는 따스한 위로

입력 2020-04-03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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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틀 포레스트’. 사진제공|영화사 수박

■ 영화 3선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건만 봄 같지 않다는 말이 요즘처럼 실감나는 때가 있을까. 봄바람에 흩날리는 벚꽃 잎은 홀로 흩어지고 만다. 여기저기 꽃망울이 터지고 있지만 꽃을 가까이에서 볼 수도, 다 함께 즐길 수도 없어 아쉬울 뿐이다. 그렇다고 한숨만 내쉴 필요는 없다. 살랑거리는 봄바람을 직접 맞아야 봄을 실감할 수 있는 건 아닐 터이다. 셰익스피어는 “음악을 듣는 순간만은 악한 사람도 아름다워진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음악이란, 멜로디와 리듬으로 세상과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만이 아니라 웃음과, 다정한 눈물과, 함께 보듬어 안게 하는 따스한 한 편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면 무리일까. 그건 또 하나의 ‘희망 바이러스’이리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당분간 집에 머물러야 한다면, 집에 머물고 싶다면 TV와 컴퓨터를 켜보라. 그리고 한 편의 드라마와, 한 편의 영화와, 한 곡의 노래가 품어낸 ‘희망 바이러스’를 확인해보라. 힘들고 지친 이들에게 더욱 더 전파되길 바라며….

● 리틀 포레스트 (감독 임순례·주연 김태리, 류준열, 진기주)

고단함 달래준 음식들…저절로 ‘힐링’

‘봄·여름·가을·겨울’의 4계절은 순환한다. 아무래도 시작은 봄이다. 겨우내 얼었던 땅 위에서 새순이 돋아나고, 따스한 햇볕이 새로운 희망으로 세상에 퍼져나가는 까닭일 터이다. 겨울처럼 차가운 도시에서 쫓겨나듯 고향으로 내려온 혜원의 새로운 계절도 마찬가지다. 서울살이의 고단함을 달래준 된장국에서부터 배추전의 사각거림, 크림 브뢸레에 깃든 엄마의 추억, 그리고 시루떡과 콩국수…. 채소를 키워내는 땅은 혜원과 같은 청춘에게 또 하나 시작의 바탕으로서 아름답다. “겨울에 심은 양파는 봄에 심은 양파보다 몇 배나 달고 단단하다”는 혜원의 친구 재하의 말은 과장이 아니다.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사진제공|영화사 진진


● 나, 다니엘 블레이크 (감독 켄 로치·주연 데이브 존스, 헤일리 스콰이어)

‘을’의 말못할 고통?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감염병의 고통은 왜 없는 이들, 갖지 못한 자들에게 더욱 가혹한가. 스스로 위기와 침체에 맞닥뜨리고서는 그 비겁한 실체를 드러내는 ‘갑’들의 책임 회피의 결과는 왜 늘 ‘을’들을 향하는가. 병을 앓게 돼 더 이상 일할 수 없게 된 노년의 목수는 왜 스스로 질병을 증명해야만 수당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얻는가. 생리대조차 구할 수 없는 가난 속에서 싱글맘 케이티는 왜 수치심을 안아야 하는가. 이들과 이웃들이 서로에게 내미는 손은 결코 위 물음들에 답이 되지 못할지언정, 마침내 “괜찮아!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라고 말하게 되는 순간에서 ‘을’들의 굳건한 연대가 시작됨을 알려준다.

영화 ‘라라랜드’. 사진제공|판씨네마


● 라라랜드 (감독 데이미언 셔젤·주연 라이언 고슬링, 엠마 스톤)

답답함 해소해줄 춤과 노래의 판타지

희망과 연대의 새로운 봄을 맞기 위해 어깨 힘을 좀 빼볼까. 사랑 속에서 각기 꿈을 찾아 나선 두 남녀의 이야기. 꿈을 향한 여정은 결코 편하지 않아서 도중 나자빠지는 길에서 사랑마저도 상처로 남는다. 상처는 훗날 추억의 단단함에 안기게 될까. 세월이 흐른 뒤 두 사람이 미소의 환한 얼굴을 마주하는 건 아마도 그 덕분이리라. 꿈만으로도 일상이 굳건해질 수 있다는 ‘판타지’? 그래도 좋다. 고속도로를 빼곡히 메운 차량 행렬의 답답한 정체를 참을 수 없는 이들의 경쾌하고 발랄한 춤과 노래가 판타지로 가는 길을 안내하는데, 일품이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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