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이지풍 코치(오른쪽). 사진 제공|SK 와이번스
“생각들이 많이 바뀌었죠.”
SK 와이번스에 웨이트 열풍이 분다. 충분한 체력으로 한 시즌을 성공적으로 치러내기 위한 만반의 준비다.
2019 시즌의 아쉬움을 되짚으면 번번이 ‘체력’이라는 단어에 가닿았다. 6월 팀 타율을 0.299까지 끌어올리며 1위로 승승장구했던 SK는 7월 0.275~8월 0.255~9월 0.236으로 팀 타격 그래프가 연신 하향 곡선을 그렸다. 타선의 때 아닌 슬럼프는 마운드 전력에도 영향을 미쳤다. 9월 팀 평균자책점 역시 한 시즌 중 가장 높았던 3.95까지 치솟았다. 번갈아가며 휴식을 부여해도 이렇다할 효과를 얻지 못했다. 결국 눈앞까지 찾아온 정규시즌 우승을 놓쳤다.
염경엽 감독은 비책을 마련했다. 비 시즌에 돌입하면서 트레이닝 파트에 이지풍 컨디셔닝 코치를 영입했다. 이 코치의 관리 아래 상대적으로 적었던 웨이트 훈련량을 늘리고, 부족한 체력을 채우려던 움직임이었다. 초기 단계였던 지난 겨울만 하더라도 거친 숨을 몰아쉬는 날이 많았다. “훈련 강도가 만만치 않다. 너무 힘들어서 밥도 제대로 못 먹는다”는 것이 선수단의 주된 반응이었다.
하지만 곧 분위기가 달라졌다. 선수들 스스로 웨이트 훈련의 필요성을 인지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미국 플로리다 베로비치 1차 스프링캠프에선 변화의 기류가 곳곳에서 감지됐다. 주장 최정은 체지방 감소, 부상 방지를 위해 웨이트 훈련에 열을 올렸고 그와 절친한 김성현, 한동민 등도 가세했다. 염 감독은 해외 개인 훈련으로 부쩍 몸을 탄탄하게 단련해온 김성현을 보며 “몸이 정말 좋아졌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캠프의 아침은 주로 웨이트 훈련과 함께 시작됐다.
연차, 포지션과 관계없이 웨이트 훈련은 SK의 기본이 됐다. 캠프를 마치고 국내로 돌아온 뒤도 마찬가지다. 2루수로 첫 풀타임 시즌을 준비하는 김창평 역시 웨이트 훈련에 시간을 쏟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강화 퓨처스파크에서 합숙 중인 그는 야간 자율 훈련 시간을 이용해 체력을 키우곤 한다. “시즌을 치르며 체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준비해야한다”는 그는 “팀에 이지풍 코치님이 오신 뒤로 웨이트 훈련에 대한 선수들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털어놨다.
투수들도 하나둘씩 효과를 확인하고 있다. 꾸준히 웨이트 훈련을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루틴으로도 자리를 잡았다. 새 시즌 선발 투수로 보직을 옮긴 김태훈은 문승원을 본보기로 삼아 웨이트 훈련량을 늘리면서 체격이 부쩍 커졌다. 사이드 투수 김주한도 “이 코치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파워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웨이트 훈련을 하면서 힘이 정말 많이 붙었다”고 반겼다. 코로나19로 시즌 개막이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시간을 번’ SK 선수들은 이 기회를 체력을 키우는 소중한 시간으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