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야구선수 아닌 프로야구선수” 3만 팔로워 황재균의 선한 영향력

입력 2020-04-16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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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황재균은 프로야구계 대표 ‘선행왕’이다. 자신의 SNS에 실종된 지적장애인을 찾는 벽보를 게시해 돕는 등 프로선수로서 높은 인지도를 활용해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12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진행된 팀 훈련 도중 환하게 웃는 황재균. 수원|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저희는 야구선수가 아니라 프로야구선수잖아요.”

최근 황재균(33·KT 위즈)의 소셜미디어(SNS)에 낯선 게시물이 한 건 올라왔다. 수원 지역에서 실종된 50대 지적장애인을 찾는다는 벽보를 촬영해 올린 것. 한 야구팬이 황재균의 SNS에 쪽지를 보내 도움이 필요하다고 부탁하자, 황재균이 사진을 전달받아 올린 것이다. 실종자를 본 사람이 한 명이라도 나타나길 바라는 마음에 게시물을 올렸고, 팔로워가 3만5000명에 달하는 데다 수원을 연고로 한 KT의 간판스타인 만큼 수천 명의 팬들이 이 게시물에 관심을 드러냈다.

황재균은 프로야구계의 대표적 ‘선행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성금 1000만 원을 전달했다. 지난해 4월 강원도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 때도 역시 같은 금액을 기부한 바 있다. 야구 시즌이 끝나면 매번 유기견 관련 봉사활동 등 선행으로 바쁜 일상을 보내온 황재균다운 행보라는 평가다.

최근 만난 황재균은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게 조심스럽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코로나19 기부 당시에도 “큰 액수가 아닌데 알려지는 게 부담스럽다”며 한 발 빼는 모습이었다. 거듭 묻자 “유명 연예인만큼 팔로워가 많은 건 아니지만 단 한 명일지언정 영향을 받는다면 선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며 “실종자 찾기 사진을 올리면 한 명이라도 ‘비슷한 사람을 본 것 같다’고 되짚을 수 있고, 유기견 봉사 글을 올리면 ‘나도 이런 일에 동참하고 싶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나는 야구선수가 아니라 프로야구선수다. 팬들이 없으면 의미가 없는 직업이다. 프로선수로서 팬들에게 과분한 사랑과 관심을 받기 때문에 기회가 될 때마다 갚고 싶다. 야구장 안에서는 물론 밖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게 프로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사회활동에 관심이 많았지만, 연봉 등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 지금은 연차도 쌓이고 많은 관심을 받고 있으니 어릴 때 못했던 것까지 몰아서 하고 싶다.”

프로선수가 사회에 미치는 ‘선한 영향력’을 보여준 사례다. 코로나19로 온 국민이 신음하는 가운데 여전히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는 선수들도 있지만, 일부 선수들을 중심으로 문화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 프로의 뜻을 정확히 인지하는 이들이 늘어날수록 야구계를 향한 팬들의 곱지 않은 시선도 달라질 것이다.

황재균은 “KT 선수단은 아무도 모르는 개막일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선수들도 힘들지만 팬들이 훨씬 힘들 것”이라며 “앞으로는 평범한 일상을 감사하며 살 것 같다. 어서 이 사태가 끝나 마스크를 벗고 팬들과 마주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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