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무도 모른다’ 박훈 “과묵한 이미지? 허당끼가 내 매력”

입력 2020-04-23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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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훈. 사진제공|스토리제이컴퍼니

■ SBS ‘아무도 모른다’ 악역으로 연기의 폭 넓힌 박훈

함께 연기한 아내 박민정 가장 편한 동료
안방극장 4년째…가장 큰 변화는 유연함
연기의 확장 느껴져, 점점 자신감 생긴다

“이제 진짜 저를 보여줄 때죠.”

연기자 박훈(39·박원희)의 트레이드마크를 꼽자면 단연 ‘강인함’이다. 안방극장에 처음 발을 들여놓게 된 KBS 2TV 드라마 ‘태양의 후예’ 속 무뚝뚝한 군인 캐릭터를 처음으로, 사이버 좀비(2018년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조선의 숨은 무술 고수(2019년 SBS ‘해치’) 등을 연기하면서 특유의 개성 있는 면모를 과시했다. 최근 방송을 시작한 SBS ‘더킹:영원의 군주’에는 ‘태양의 후예’ 김은숙 작가와 맺은 인연으로 특별출연해 존재감을 발휘한다.

21일 종영한 SBS ‘아무도 모른다’에서는 악역으로도 폭을 넓혔다. 선 굵은 외모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인함과 악역이 어딘가 모르게 묘하게(?) 어울린다는 평을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6일 전화로 만난 박훈은 “얼굴이 험상궂게 생겨 많이 듣는 말”이라며 껄껄 웃었다. 그의 말처럼 악역이 강인해 보이는 외모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그는 이를 “변화의 시작”이라고 했다.

“아직 저를 채 반도 꺼내놓지 않았어요. 카메라 앞이 익숙해진 요즘, 새로움에 도전할 용기가 솟는답니다.”

SBS 드라마 ‘아무도 모른다’에 출연한 배우 박훈(왼쪽). 사진출처|SBS


● “아내 박민정, 내겐 가장 편한 동료”

박훈은 ‘아무도 모른다’에서 경찰인 김서형과 대립하며 악행을 서슴지 않는 호텔 대표 백상호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드라마는 그가 “다양한 시도를 한 기회”였다. 연극 무대 위에서처럼 많이 움직여 생동감을 더하고, 캐릭터에 입체감을 불어넣으려 애썼다. “앞으로 다양한 연기를 내놓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시간이었다.

“연극무대보다 TV는 아무래도 전신보다 얼굴 위주로 연기를 하게 돼요. 화면에 편하게 담겨야 하니까요. 한계가 조금씩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카메라를 향한 자의식을 없애고 자유롭게 연기하고 싶었어요. 이번이 기회였죠.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현장에 여유가 생기면서 스태프와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었고, 다 함께 고민을 나누면서 조금씩 ‘틀’을 깰 수 있었어요. 운이 좋았죠.”

든든한 ‘지원군’인 아내이자 연기자 박민정(38)과는 오랜만에 연기 호흡을 다시 맞췄다. 박민정은 극중 박훈의 조력자로 등장해 긴장감을 더했다. 두 사람이 부부라는 사실에 시청자들이 ‘충격’을 받을 정도로 “공과 사를 철저하게 구분”해 연기했다. 부부에게도 “쉽게 다시 만나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 됐다.

“각자 캐스팅되고 나서 ‘이런 일이 다 있네!’라며 놀랐죠. 혹시나 시청 몰입을 방해할까봐 걱정이 되긴 하더라고요. 하지만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어 큰 문제가 되진 않았어요. 박민정 씨는 아내이기 전에, 연극무대에서 오랫동안 함께한 동료거든요. 제겐 상대역으로 가장 편한 연기자이기도 하고요. 시청자의 눈에 연기가 먼저 보였기 때문에 뒤늦게 ‘두 사람이 부부였대!’라는 반응이 나온 것 아닐까요? 다행이라 생각해요.”

배우 박훈. 사진제공|스토리제이컴퍼니


● “실제의 나? ‘모지리’로 불리는 동네 형”

무대에서 드라마로 활동 영역을 넓힌 지 이제 4년. 가장 큰 변화를 물으니 단번에 “유연함”을 꼽았다. OCN ‘왓쳐’의 한석규 같은 선배들을 실제로 만나면서 배운 점이다.

“무대 위가 아닌 기록이 남는 연기를 하니 처음엔 당황스럽더라고요. 내가 잘못하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에 조급하고 불안하기만 했어요. 그러다 많은 선배님들의 유연함과 포용력 있는 태도를 보면서 정말 많은 것을 느꼈어요. 자연스럽게 ‘내가 모자란 게 당연한데’ 인정하기 시작하면서 여유가 생겼죠. 아직 그 근처도 못가지만 선배님들 흉내라도 내보려 노력하고 있어요.”

연극무대에서 인연을 맺은 후배 연기자들 사이에서는 “‘모지리’ 매력이 있는 동네 형”으로 통한다. 과묵한 이미지와는 영 딴판이다. ‘반전’이라고 하니 “저 원래는 잔망스럽답니다!”라며 웃음을 터뜨린다.

“허당 스타일이에요. 연극하는 후배들이 고민이 있을 때면 상담하러 자주 찾아와요. 똑 부러진 해결책을 주진 못하고요, 그냥 실없는 농담 나누는 게 전부죠. 그런데도 묘하게 위로를 받는다더라고요. ‘아, 이렇게 부족해 보이는 형도 연기하는데 나라고 왜 못할까’ 싶은 심리 아닐까요? 하하하! 그렇게라도 힘을 줄 수 있다면 저야 행복하죠.”

언젠가는 이런 실제 모습을 연기로 풀어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만약 실현된다면 그야말로 완벽한 ‘이미지 변신’이다. 그 역시 “욕심내볼 만하다”며 의지를 내비친다.

“제가 할 수 있는 역할과 연기가 점점 확장되어가고 있다는 확신과 어느 정도 자신감이 들어요. 아직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알 수 없지만, 주어진 역할 안에서 최대한 다양한 색깔을 표현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 박훈

▲ 1981년 4월27일생
▲ 2007년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로 데뷔
▲ 2012년 연극 ‘모범생들’ ‘퍼즐’ 등 참여
▲ 2016년 KBS 2TV ‘태양의 후예’·SBS ‘육룡이 나르샤’ 등 출연
▲ 2017년 MBC ‘투깝스’
▲ 2018년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 2019년 SBS ‘해치’·OCN ‘왓쳐’ 등
▲ 2020년 SBS ‘더킹-영원의 군주’ 특별출연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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