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달이’ 김성은 배우의 첫 에세이, “한 뼘만 같이 걸을까요?”

입력 2020-04-23 13: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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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성은의 성장소설과 같은 에세이집
세상의 선입견과 오해? “가감없이 풀었다”
두 번째 책에는 사람과 사랑에 대해 쓸 것

“한 뼘만 같이 걸을까요?”

근사하게 들리는 초대다. 한 걸음도 아니고, 고작 한 뼘이라니. 한 뼘 정도라면 낯선 이와도, 누구와도 걸어줄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쓴다. 근사하게 들린다기보다는, 어쩐지 사연있게 들리는 초대다.

이 책 ‘한 뼘만 같이 걸을까요?’의 표지에는 하얀 옷을 입고 화관을 쓴 귀여운 여자 아이와 성숙한 성인 여성이 함께 담겨 있다. 여자 아이는 1998년부터 2000년까지 SBS에서 방영되며 IMF로 시름에 빠진 국민에게 웃음을 돌려주었던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의 ‘국민아역’ 박미달. 미달이 띠지에 절반쯤 묻힌 성인 여성은 지금의 박미달, 아니 배우 김성은이다.

‘한 뼘만 같이 걸을까요?(서아책방)’는 김성은 자신의 삶을 타닥타닥 자판을 두드려 녹여낸 책이자 그의 첫 에세이집이다. ‘낡고 힘든 기억(1부)’, ‘순풍산부인과(2부)’, ‘유학(3부)’, ‘모양이 다른 고통(4부)’, ‘다시 세상 밖으로(5부)’의 다섯 장은 인생의 흐름대로이다. 에세이지만 그래서 성장 소설처럼 읽힌다.

“책을 쓰며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랐다. 인간 김성은을 여행하는 당신에게 평평하고 눈부시고 향기로운 길이 펼쳐졌으면 좋겠다.”

내내 ‘한 뼘’이 걸렸다. 김성은은 “한 뼘은 같이 걷기에는 너무 작은 단위”라고 인정했다. “사실은 걷는다와 상반된 내용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한 뼘은 그만큼 작은 거리? 혹은 길이의 시간만큼만 저와 함께 해준다면 김성은의 삶을 같이 걸으며 여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대중 앞에 서야 하는 직업인 연예인들은 어쩔 수 없이 세상의 선입견, 오해와 맞서야 할 때가 있다. 그것은 성품, 성장과정, 남녀 관계 등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곤 한다. 국민아역배우로 시작해 30대에 접어든 현재에 이르기까지 김성은도 이를 피해갈 수 없었다. 김성은은 “이 책 안에 가감없이 이야기를 풀었다”라고 했다.

“그동안 언론과 매체로부터 오해 받았던 사실, 저의 미성숙했던 시절의 사고를 돌아보는 회고도 담았습니다. 새로운 깨달음도 실려 있고요. 무엇보다 제가 바라보는 인생이 많이 변화한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앞으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 가야할지에 대해 깊이있게 고민해 보았습니다.”

김성은의 이름 뒤에는 이제 배우 외에 ‘작가’라는 태그가 하나 더 붙게 됐다. 김성은은 “아직 어색하기만 하다”라면서도 “분명히 설렘은 있다”라고 했다.

“아직은 어색하기만 해요. 제가 작가라는 이름을 가질만한 사람인가 생각해보는데 아직은 너무 미숙한 것 같아요. 하지만 분명히 설렘은 있습니다.”


김성은은 “배우와는 달리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며 “이것은 굉장히 매력적인 일”이라고 했다.

‘작가 김성은’은 첫 책이 독자들의 손에 쥐어지기도 전에(정식 출간은 5월 중순) 두 번째 책을 구상해 두고 있었다.

“이번 책은 성장소설이 그려지는 느낌의 산문이었어요. 사실 그러려면 사소한 이야기나 사랑에 대해서도 다룰 법한데, 제 모든 이야기를 담기에는 책에서 나타나는 주제나 메시지가 흐려질 것 같아서 담지 못한 부분이 많습니다. 다음 책은 사람과 사랑에 대해 써보고 싶어요.”

김성은은 지난 4월 16일 인스타그램에 “거의 다 왔어요. 다음 주면 여러분 깜짝 놀랄 소식 전해드릴게요”라고 올려 팬들의 궁금증을 자아냈고, 며칠 뒤 자신의 첫 에세이 출간소식을 공개했다. 주변 사람들과 팬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사실 작업하는 동안 누구에게도, 심지어 가장 친한 지인들에게조차도 말하지 않았어요. 책 출간소식이 전해지자 주변인이나 팬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제가 책을 낸다니,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나 봐요(웃음). 사람 냄새 나는 김성은을 기대하며 책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계신 것 같습니다.”

김성은 작가의 첫 자전적 에세이 ‘한 뼘만 같이 걸을까요?’의 정식 출간은 5월 16일로 현재는 예약판매 중이다.

겉으로는 화려한 유년시절을 보냈지만 그 안에서 작가는 남모를 고충과 낮은 자존감으로 오랜 기간 마음의 병을 앓아야 했다. 삶의 전환점을 맞이할 때마다 사랑의 끈을 놓지 않은 가족들과 조언을 아끼지 않은 동료들 덕분에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이 책은 이런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배우 김성은, 1인 크리에이터 김성은, ‘미달이’ 김성은을 사랑하고 기억하는 이들에게 선물 같은 책이다.

읽고나면 틀림없이 오래, 멀리 그와 같이 걷고 싶어질 것이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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