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국내 확진자가 눈에 띄게 줄면서 K리그는 5월 8일 무관중으로 새 시즌을 연다. 전 세계 축구가 ‘올 스톱’ 상황이라 해외 방송사들은 K리그 중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디어센터를 개관해 중계 시스템 전문화에 힘써온 K리그는 위기 속에서 해외시장 개척이라는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 23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수원FC의 K리그 첫 팀간 연습경기. 인천|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예상을 깬 빠른 출발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무기한 연기됐던 2020시즌 K리그는 5월 8일 K리그1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와 FA컵 우승팀 수원 삼성의 전주성 대결을 시작으로 긴 레이스를 시작한다.
철저한 방역과 진료, 엄격한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국내 코로나19 확진세가 가파르게 진정되면서 6월에나 개막할 것이란 예상을 뒤엎고 ‘무관중’으로나마 팡파르를 울리게 돼 모두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특히 막강한 자금력을 과시해온 중국 슈퍼리그나 일본 J리그보다 먼저 시즌 개막을 선언해 의미와 주목도가 훨씬 커졌다. 전 세계적으로 다수의 프로리그가 여전히 개막 또는 재개시점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당연히 전 세계의 이목이 K리그에 집중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꾸준히 이뤄졌던 K리그에 대한 해외방송사들의 관심이 구체화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해부터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섰고, 해외중계권을 국내가 아닌 독일 에이전시에 판매했다. 정확한 금액은 아니지만 업계는 30억 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K리그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 14개국과 중계권 계약을 맺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올해는 3~5개 해외방송사들이 문의해왔다. 또 온라인 중계를 희망하는 해외 스포츠베팅업체의 관심도 크다. 스포츠베팅 창구를 단일화한 국내와 달리 해외에선 스포츠도박이 합법이다. 전 세계 축구가 ‘올 스톱’된 상황이라 K리그에 대한 수요가 더욱 커졌다.
K리그의 해외중계 시스템도 탄탄한 편이다. 프로축구연맹은 10억 원대 자금을 투입해 3월 미디어센터를 개관했다. K리그 미디어센터는 국내외 TV 채널 등에 실시간 중계영상을 제공하며 통일된 그래픽과 자막을 입힐 수 있다. 인공지능 편집 시스템까지 갖춰 경기 종료 2분 만에 하이라이트 영상을 제작해 실시간으로 제공할 수 있다.
그동안 K리그는 다소 폐쇄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계기로 아시아권을 넘어 지구촌 전역에 존재를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프로축구연맹 홍보팀 관계자는 “다양한 채널로 소통할 기회가 더욱 늘어났다”며 최근 부쩍 늘어난 해외중계권 관련 문의를 반겼다.
해외중계가 확대되면 K리그 선수들에게도 큰 동기부여로 작용할 수 있다. 유럽과 중국을 주요 거점으로 활동 중인 유력 에이전트는 “방송 목적과는 별개로 선수들이 자주 노출되는 것은 굉장히 긍정적이다. 직접 선수를 살필 수 없는 스카우트 시장 구조와 환경이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기에서 기회를 얻고, 새로운 길을 창출한 K리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