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베이스볼] SK와 한화의 연패와 포수 이흥련의 가치

입력 2020-06-09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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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이흥련. 사진제공 | SK 와이번스

1982년 출범한 KBO리그에서 한 시즌 10연패 이상을 기록한 경우는 총 31차례다. 올 시즌에는 SK 와이번스가 5월 초반 깊은 부진 속에 10연패를 당했고, 최근에는 한화 이글스가 더 깊은 수렁 속에서 심각한 난맥상을 노출했다. 이렇게 긴 연패를 이겨내고 가을야구 무대에 서기란 정말 쉽지 않다.

2004년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해까지 역대 29번의 사례 중 유일하게 시즌 초반 10연패를 당하고도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당시 김응용 삼성 감독은 10연패 직후 선동열 수석코치를 따로 불러 “네가 감독해라. 더 이상 힘들어서 못해먹겠다”고 말했다. 해태 타이거즈 시절부터 겪어왔던 김 감독의 속내를 누구보다 잘 알았던 선 코치는 “제가 더 열심히 잘 모시겠습니다”라며 거듭 충성을 맹세했다. 아마도 김 감독은 그 말을 듣고 싶었을 것이고, 그 뒤 삼성은 거짓말처럼 살아났다.

한동안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이던 SK 와이번스는 차츰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반면 한화 이글스는 여전히 걱정스럽다. SK는 결국 때가 되자 다시 정상 흐름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때마침 변화를 상징하는 선수도 등장했다. 요즘 가장 뜨거운 이흥련이다. 주전 포수 이재원의 부상으로 현장사령관의 공백을 절감한 염경엽 SK 감독이 선택한 카드다. 두산 베어스와 트레이드 카드를 맞춰 이흥련을 데려온 뒤로 SK는 자주 이기고 있다. 그 때마다 이흥련은 큰 역할을 했다. 여차하면 이재원이 돌아오더라도 주전 마스크는 이흥련이 차지할 정도의 분위기다.

팀이 잘 안될 때는 뭔가 새로운 시도를 구상하게 된다. 국내 구단들은 주로 사령탑을 바꿔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그보다 앞선 조짐은 1·2군 코치들의 교체다. 한화도 이 공식을 밟았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겠지만, 그 효과는 단기적이며 그다지 크지도 않다. 이런 조치들은 선수들에게 더 눈치를 보게 만들고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들 뿐이다.

변화는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이 만들어야 한다. 스스로 각성해서 똘똘 뭉치거나 이전에 없던 기량을 발휘하는 선수가 갑자기 등장해 미친 듯 팀을 이끌어야 변화는 찾아온다. 그렇지 않은 변화는 일시적이고 효과도 크지 않다. 지금 한화 선수들은 ‘누가 새 감독으로 올까’만 생각할지도 모른다.

스포츠동아DB

한화와 달리 요즘 SK는 이흥련이 가세한 효과를 보고 있다. 그동안 부진하던 선수들도 차츰 정상궤도로 진입하면서 스프링캠프부터 준비해온 야구를 조금씩 실현해나가고 있다. 물론 아직 시즌은 한참 남아있다. 끝까지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이흥련의 경우가 특별한 것은 그가 공격에서 보여준 활약도 컸지만, 포수가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야구는 9이닝 동안 두 팀이 주고받는 300여 개의 피칭과 연관된 타격, 수비, 주루, 판단력으로 구성되는 게임이다. 한 팀에서 이 모든 플레이에 가장 많이 참여하는 선수가 포수다. 팀당 최소 150개의 플레이에 대해 판단을 하고 사인을 주기에 포수가 바뀌면 그 팀의 플레이는 눈에 띄게 변한다. 그래서 포수는 팀의 ‘영입비밀’을 간직한 특수 포지션이고, 이적도 쉽지 않다.

이런 리스크를 감내하며 포수를 내준 두산도 대단했지만, 해법을 어떻게든 찾아낸 SK의 판단 또한 나쁘지 않았다. 똑같이 두 자릿수 연패를 떠안았던 SK와 한화의 시즌 후 모습이 벌써부터 궁금하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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