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LG가 새삼 확인한 라모스의 비중과 야구의 특성들

입력 2020-06-14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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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라모스. 스포츠동아DB

1992년과 1994년은 각각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가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KS) 우승을 차지한 해다. 그 때는 두 팀이 이렇게 오래도록 KS에서 우승하지 못할 것으로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두 팀은 1995년 플레이오프에서 KS행을 다퉜다. 당시 LG 유니폼을 입고 뛴 차명석 단장은 “2~3년에 한 번은 우승할 줄 알았던 때”라고 회상했다. LG는 1996년과 1997년 모두 KS 준우승에 그쳤다.

지금은 그 시절이 너무도 그리울 LG와 롯데가 올 시즌 처음 잠실구장에서 만났다. 만나면 치열한 접전을 펼치는 두 팀답게 12, 13일 경기는 모두 팽팽했다. 12일에는 빈타에 허덕이며 끌려가던 LG가 연장 10회말 정근우의 끝내기안타로 이겼다. 13일에는 서로 빅이닝을 주고받은 끝에 롯데가 9회말 1사 1·3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막아낸 것이 결정적이었다.

LG는 외국인타자 로베르토 라모스의 팀 내 비중을 새삼 확인했다. 라모스는 11일 SK 와이번스와 잠실 더블헤더 때 팀을 이끌었다. 제1경기에선 1-1 동점인 7회 결승 2점홈런, 제2경기에선 1-3으로 뒤진 6회 2타점 동점 2루타를 때렸다. 그 뒤 라모스는 허리 이상으로 부상자명단에 올랐다.

타선에 큰 구멍이 생긴 LG는 12일 롯데전에서 9회까지 고작 2안타에 그쳤다. 연장 10회 말 채은성의 2루타를 계기로 1사 1·3루의 끝내기 기회를 잡았다. 롯데 벤치는 김민성이 무사 2루서 보내기번트를 성공시키자 이성우를 사실상의 고의4구로 내보내며 배수의 진을 쳤다. 병살을 유도하려고 했다. 문제는 롯데 배터리의 선택이었다.

1할대 낮은 타율의 정근우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었다. 박진형-김준태 배터리는 뜻밖에도 바깥쪽 공으로 대결하다 적시타를 허용했다. 병살을 유도하려면 몸쪽으로 던지는 것이 정석이지만 타자가 밀어치기 좋은 곳으로 승부했다. ‘야구는 인치의 경기’라는 말이 딱 들어맞았다.

공교롭게 13일 경기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나왔다. 롯데가 7-6으로 앞선 9회말 LG 공격이었다. 1사 후 구본혁-이천웅의 연속안타로 1·3루. 롯데 배터리는 김원중-김준태였다. 전날과 다른 점은 롯데의 투수뿐이었다. LG는 베테랑 박용택을 대타로 내세웠다. 타구를 그라운드 안에만 굴리면 득점 확률이 높았다. 박용택은 어떻게든 끌어당겨 쳐 2루수 쪽으로 공을 굴리려고 했다. 김원중은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이어 김현수마저 내야땅볼로 잡아 전날의 패배를 설욕했다.

불펜투수에게 휴식을 주다보니 7회 상대의 빅이닝을 막지 못한 LG로선 결승점이 된 3루수 구본혁의 1루 악송구가 아쉽겠지만, 그마저도 김용의 대신 라모스가 1루를 지켰더라면 또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수 있었기에 두고두고 그의 결장이 아쉬웠다. 그래서 야구는 ‘복기의 경기’, ‘실패에서 배우는 경기’, ‘선택과 인치의 경기’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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