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강백호. 스포츠동아DB
적어도 50홈런까지 도달하는 발걸음만큼은 ‘괴물’ 강백호(21·KT 위즈)가 ‘국민타자’ 이승엽(44·은퇴)보다 빨랐다. 물론 한국 최고의 타자였던 이승엽의 아성과 비교하기에는 여전히 한참 부족하지만, 그렇기에 강백호가 앞으로 써내려갈 역사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린다.
강백호는 17일 인천 SK 와이번스전에서 2-3으로 뒤진 7회초 1사 후 주자 없는 가운데 대타로 들어서 우측 담장을 넘겼다. 3-3 동점 솔로포. 개인 첫 대타 홈런이자, 2018년 데뷔 후 276경기 만에 터뜨린 커리어 50번째 홈런이었다.
역대 최연소 50홈런 고지 등정이다. KBO리그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종전 기록은 1997년 9월 6일 대구 롯데 자이언츠전 당시 만 21세 19일이던 이승엽의 몫이었다. 강백호는 20세 1개월 19일로 50홈런을 달성해 이승엽의 기록을 1년 가까이 단축했다. 최소경기 기준으로 따져도 강백호의 276경기는 토종 10번째, 외국인타자 포함 27번째로 빠른 기록이다.
남다르게 화려했던 첫 인상은 여전하다. 강백호는 2018시즌 첫 경기 첫 타석부터 홈런을 터뜨렸는데, 데뷔 타석 홈런은 고졸신인으로는 최초였다. 고졸신인 기준 최초 3연타석 홈런과 최다 홈런(종전 21개·1994년 김재현) 등 각종 기록을 갈아 치우며 그해 138경기에서 29홈런을 때려냈다.
지난해는 타율 0.336(5위)을 기록하는 등 정교함에 초점을 맞추느라 담장 밖으로 날린 타구가 13개로 줄었다. 2년차 타자가 ‘투고타저’의 흐름 속에 13홈런을 때려낸 자체가 대단했지만, 스스로는 이 정도 홈런이 성에 찰 리 없었다.
올해 목표는 정교함과 파괴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것이다. 실제로 17일까지 22경기에서 타율 0.337, 8홈런, 19타점으로 팀 공격을 주도하고 있다. 왼손 인대가 좋지 않아 부상자명단(IL)에 등재되는 등 순탄치 않은 시즌임에도 타격감만큼은 뜨겁게 유지하고 있다.
강백호는 시즌 초 인터뷰에서 “주위에서 장타력과 정교함을 동시에 갖추는 게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쉽지는 않겠지만 욕심이 난다”며 “프로라면 만족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데뷔 첫해의 홈런과 지난해의 타율을 유지할 수 있다면 좋겠다. 정교하면서도 파괴력을 겸비한 타자가 되는 게 올해 목표”라고 강조한 바 있다. 스스로의 다짐과 가까워지는 모습이다.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강백호는 31홈런으로 시즌을 마무리하게 된다. 생애 첫 30홈런 달성이 된다. 이런 활약을 내년까지 이어간다면 통산 100홈런 고지에도 가장 빠르게 올라설 수 있다. 화려한 이야기를 잔뜩 써내려갔지만, 아직 강백호의 야구인생에는 백지가 훨씬 더 많다. 그 빈 칸을 어떤 스토리로 채워나갈지 흥미롭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