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보다 1년 먼저…‘역대 최연소 50홈런’ 강백호가 쓰는 역사

입력 2020-06-18 15: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KT 강백호. 스포츠동아DB

적어도 50홈런까지 도달하는 발걸음만큼은 ‘괴물’ 강백호(21·KT 위즈)가 ‘국민타자’ 이승엽(44·은퇴)보다 빨랐다. 물론 한국 최고의 타자였던 이승엽의 아성과 비교하기에는 여전히 한참 부족하지만, 그렇기에 강백호가 앞으로 써내려갈 역사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린다.

강백호는 17일 인천 SK 와이번스전에서 2-3으로 뒤진 7회초 1사 후 주자 없는 가운데 대타로 들어서 우측 담장을 넘겼다. 3-3 동점 솔로포. 개인 첫 대타 홈런이자, 2018년 데뷔 후 276경기 만에 터뜨린 커리어 50번째 홈런이었다.

역대 최연소 50홈런 고지 등정이다. KBO리그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종전 기록은 1997년 9월 6일 대구 롯데 자이언츠전 당시 만 21세 19일이던 이승엽의 몫이었다. 강백호는 20세 1개월 19일로 50홈런을 달성해 이승엽의 기록을 1년 가까이 단축했다. 최소경기 기준으로 따져도 강백호의 276경기는 토종 10번째, 외국인타자 포함 27번째로 빠른 기록이다.
남다르게 화려했던 첫 인상은 여전하다. 강백호는 2018시즌 첫 경기 첫 타석부터 홈런을 터뜨렸는데, 데뷔 타석 홈런은 고졸신인으로는 최초였다. 고졸신인 기준 최초 3연타석 홈런과 최다 홈런(종전 21개·1994년 김재현) 등 각종 기록을 갈아 치우며 그해 138경기에서 29홈런을 때려냈다.

지난해는 타율 0.336(5위)을 기록하는 등 정교함에 초점을 맞추느라 담장 밖으로 날린 타구가 13개로 줄었다. 2년차 타자가 ‘투고타저’의 흐름 속에 13홈런을 때려낸 자체가 대단했지만, 스스로는 이 정도 홈런이 성에 찰 리 없었다.

올해 목표는 정교함과 파괴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것이다. 실제로 17일까지 22경기에서 타율 0.337, 8홈런, 19타점으로 팀 공격을 주도하고 있다. 왼손 인대가 좋지 않아 부상자명단(IL)에 등재되는 등 순탄치 않은 시즌임에도 타격감만큼은 뜨겁게 유지하고 있다.

강백호는 시즌 초 인터뷰에서 “주위에서 장타력과 정교함을 동시에 갖추는 게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쉽지는 않겠지만 욕심이 난다”며 “프로라면 만족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데뷔 첫해의 홈런과 지난해의 타율을 유지할 수 있다면 좋겠다. 정교하면서도 파괴력을 겸비한 타자가 되는 게 올해 목표”라고 강조한 바 있다. 스스로의 다짐과 가까워지는 모습이다.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강백호는 31홈런으로 시즌을 마무리하게 된다. 생애 첫 30홈런 달성이 된다. 이런 활약을 내년까지 이어간다면 통산 100홈런 고지에도 가장 빠르게 올라설 수 있다. 화려한 이야기를 잔뜩 써내려갔지만, 아직 강백호의 야구인생에는 백지가 훨씬 더 많다. 그 빈 칸을 어떤 스토리로 채워나갈지 흥미롭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