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불운과 창조적 삼중살, 그리고 한화의 방향성

입력 2020-06-25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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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태균(왼쪽)-이현호. 스포츠동아DB

삼성 라이온즈는 24일 대구 한화 이글스전에서 9회말 기막힌 3-2 끝내기 역전승을 거뒀다. 한화 입장에서 보면 ‘팀이 안 될 때는 무엇을 해도 되지 않는다’는 말이 거듭 떠오르는 경기였다.

올 시즌 하는 일마다 꼬이는 팀답게 한화는 3회초 무사 1·2루서 ‘창조적’ 삼중살을 당했다. 최진행의 3루 땅볼 때 1루주자 김태균이 삼성 2루수 김상수의 수비를 방해한 것으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시즌 2번째 삼중살이지만, 주자의 수비방해가 포함된 삼중살은 처음이다. 그래서 창조적이란 말이 붙었다. 첫 번째 불운이다.

9회말 역전패 상황은 더 황당했다. 2-1로 앞선 2사 2루서 마무리투수 정우람이 공을 던지다 비에 젖은 마운드에서 미끄러지면서 강판됐다. 두 번째 불운이었다. 경기 도중 선수가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물러나는 경우는 간혹 있지만 이런 경우는 드물다.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두고 이현호, 윤대경이 차례로 마운드에 올랐지만 유격수 박한결의 실책까지 겹쳐 끝내 역전패를 당했다.

이현호는 박해민에게 4구를 내준 뒤 구자욱에게 동점 적시타를 맞았다. 정우람이 물려준 스트라이크를 안고 등판한 그는 또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볼카운트 0B-2S면 투수가 주도권을 쥔 일방적 기회지만 살리지 못했다. 연속 3개의 볼을 던지면서 수렁으로 빠져들어갔고 폭투까지 범해 상황을 악화시켰다.

요즘 투수들은 “어깨가 소모품이기에 아껴야 한다”고 말한다. 어깨를 아끼려면 던지는 공의 낭비도 줄여야 한다. 그런데 요즘 투수들은 공의 낭비가 심하다. 헛스윙을 유도하겠다는 의도는 알겠지만, 목적과는 다른 터무니없는 볼을 자주 던지고 있다. 갈수록 자제력이 높아지는 타자를 상대로는 볼과 스트라이크의 구분이 애매한 공을 던져 배트를 이끌어내야 하는데, 이현호는 그 대목에서 실패했다.

10개 구단 체제가 되면서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몇몇 불펜투수들의 능력이다. 과거 8개 구단 체제에서라면 1군 경기에 등판할 수 없을 투수들이 보인다. 이들은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능력이 떨어져 가끔 경기를 어지럽히고 내려간다. 이런 모습이 반복되면 리그의 수준은 떨어진다.

일본프로야구에서 통산 173승을 따낸 투수 구와타 마쓰미는 “어떤 상황에서든 내가 원하는 곳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질 능력이 기술”이라고 말했다. 이런 기술자들이 모여서 치열하게 전쟁을 하는 곳이 1군이다. 훈련이나 육성을 위한 1군 경기는 없다. 입장료를 낸 관중과 다른 팀에게 실례가 되는 일을 하지 않기 위해 모든 팀은 승리를 향해 싸운다. 그런 측면에서 한화가 시즌 초반부터 2군 선수들을 대거 올려 테스트하고 리빌딩을 언급하는 것은 KBO리그 전체로 봤을 때 엄청난 민폐다.

지금 당장의 성적보다는 팀의 방향성이 중요한데 한화는 그동안 너무 무지했다. 전직 한화 프런트의 ‘양심선언’에 따르면 “어느 높은 사람 때문에 팀이 10년 이상을 허송세월했다”고 한다. 지금의 상황은 감독, 코치, 선수들의 문제가 아니다. 정책을 만든 높은 사람의 책임이다. 지금 선수단 뒤로 빠져있는 그 사람들이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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