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사커] 서울 데얀, 수원 데얀, 그리고 대구 데얀

입력 2020-07-0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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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얀. 사진 | 스포츠동아DB, 한국프로축구연맹

몬테네그로 출신 데얀(39·대구)은 역대 K리그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꼽힌다. 12시즌을 뛰는 동안 364경기에 출전해 193골(경기당 0.53골)을 넣었다. 이는 외국인 중 최다 출전이고, 최다 득점이다. 전체로도 이동국(전북 현대·228골)에 이은 득점 2위다. 2경기마다 한골을 넣은 가공할 득점력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기록만이 아니다. 뿌려진 얘깃거리도 숱하다. 인천 유나이티드~FC서울~수원 삼성~대구FC를 거치면서 수많은 에피소드를 낳았다. 그 얽히고설킨 얘기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좋든 싫든 그는 언제나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데얀의 전성기는 서울 시절이다. 2007년 인천을 통해 K리그 무대를 밟은 뒤 그 해 19골로 주목 받았고, 이듬해 서울 유니폼을 입었다. 2008~2013년 동안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한 가운데 2011년부터 3시즌 연속 득점왕에 올랐다.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발에 닿으면 골이었을 정도로 감각은 탁월했다. 2010년과 2012년에는 우승도 맛봤다. 콜롬비아 출신 몰리나와 호흡을 맞춘 ‘데몰리션’ 콤비도 히트상품이었다.

데얀은 중국에 진출해 2년을 뛴 뒤 2016시즌 서울에 복귀했다. 30대 중반이었지만 기량은 녹슬지 않았다. 문제는 감독과의 불화였다. 최용수 감독에 이어 지휘봉을 잡은 황선홍 감독과 출전 문제를 놓고 감정싸움을 벌였다. 갈등이 쌓이면서 서로는 등을 돌렸다. 결국 267경기·154골의 자취만을 남긴 채 2017시즌을 끝으로 서울을 떠났다.

그런데 그가 선택한 구단이 하필 라이벌 수원이었다. 그 자체만으로도 이슈였다. 서울 팬들의 충격은 컸다. 수원에서 첫 해(2018시즌)는 기대에 부응했다. 13골·3도움으로 건재를 과시했다. 하지만 이임생 감독이 부임한 지난 시즌 그의 입지는 좁아졌다. 또 다시 출전 문제로 불편해졌다. 불화는 팀 분위기에 악영향을 끼쳤다. 수원 경기가 있는 날 다른 구장의 중계화면에 잡히는 등 돌출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3골만 기록한 채 재계약 없이 떠났다.

불혹의 데얀을 부른 곳이 대구다. 조광래 사장은 데얀의 ‘천부적인 골 감각’을 높이 샀다. 지난 시즌 대구의 공격력 중 약점으로 지적된 페널티박스 안에서의 결정력을 기대했다. 데얀은 마지막으로 존재가치를 증명하고 싶었다.

대구는 특급 외국인 세징야와 에드가의 아성이 굳건한 곳이다. 초반 데얀이 설 자리는 없었다. 하지만 불평하지 않았다. 묵묵히 때를 기다렸다. 이전과는 확실히 태도가 달라졌다. 후반 교체 투입도 달게 받아들였다. 그러면서도 벌써 4골을 기록했다. 그 중 친정팀 서울과 수원전에서 한골씩을 넣었다. 눈길을 끈 건 세리머니였다. 6라운드 서울전에선 세리머니를 자제했고, 8라운드 수원전에서는 무릎 슬라이딩으로 기뻐했다. 아직 앙금이 남아 있었다.

10라운드 광주FC전에서 처음 선발로 나서 멀티 골을 기록했다. 클래스는 달랐다. 이병근 감독대행은 “데얀과 나 사이엔 믿음이 있다”고 흐뭇해했다. 이번에는 벤치와의 궁합이 잘 맞는 것일까. 데얀의 얼굴에 자신감이 넘친다. 그의 바람대로 명예회복을 할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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