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희.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조원희는 2018시즌이 끝난 뒤 수원 삼성과 재계약을 하지 못했다. “내 몸엔 푸른 피가 흐른다”던 그는 수원 이외의 다른 구단은 생각하지 않았다. 결국 구단 방침에 따라 은퇴했다. 지난해 3월엔 은퇴식도 치렀다. 그때 나이 36세였다. 2002년 울산 현대를 통해 데뷔한 뒤 K리그에서 13시즌을 뛰었고, 중국(광저우 헝다)과 잉글랜드(위건 애슬레틱) 무대도 경험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도 출전했다. 투지와 헌신의 상징으로 불린 그는 팬들의 박수 속에 17년간 정들었던 유니폼을 벗었다.
그가 돌아왔다. 은퇴 이후 방송 해설과 유튜브 채널을 통해 팬들과 소통했던 그가 은퇴를 번복하고 다시 유니폼을 입었다. 그를 영입한 곳은 K리그2(2부) 수원FC다. 테스트를 거쳤다. 역할은 플레잉 코치다. 승격이 목표인 수원FC는 “전력 보강 차원”이라고 했다. 오른쪽 측면 수비를 보강하기 위해 조원희를 뽑았다. 그는 “운동이 고팠던 게 사실”이라면서 “선수생활을 조금 더 하고 싶었다”고 했다. 은퇴 후에도 운동을 꾸준히 해왔다는 그는 “개인적으로 많은 경기 출전이 목표다. 또 팀의 목표인 승격에 보탬이 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깜짝 복귀’는 프로 무대에선 상당히 이례적이다. 역대 K리그를 통틀어도 은퇴를 번복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개는 팀 사정상 궁여지책으로 복귀하곤 했다.
현역 시절 ‘악바리’로 소문난 이영진은 1997년 안양LG(현 FC서울)의 트레이너였다. 하지만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에 빠지자 긴급하게 투입됐다. 1995년을 마지막으로 선수생활을 그만뒀지만 팀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뛰었다. 복귀 후 9경기 1도움을 기록했다.
2000년 수원 삼성의 트레이너였던 윤성효도 팀 사정 때문에 그라운드에 다시 섰다. 1998년 수원의 리그 우승 후 은퇴한 뒤 트레이너가 된 그는 2000년 주전 수비수들의 부상으로 팀 전력이 흔들리자 감독의 부탁으로 선수로 복귀해 3경기를 뛰었다.
김한윤은 2010시즌이 끝난 뒤 FC서울과 재계약을 하지 못했다. 37세에 은퇴를 선언했다. 그 무렵 부산 아이파크가 그를 찾았다. 선수 생활에 미련이 남았던 그는 플레잉코치 제안을 받아들였고, 부산(2011~2012년)과 성남(2013년)에서 3시즌 동안 90경기를 뛰고 은퇴했다.
그렇다면 1년 이상 실전 경험이 없는 조원희는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예전엔 대개 30대 초반이면 운동을 그만뒀다.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다르다. 자기 관리만 잘하면 오랫동안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이다. 첨단 장비의 지원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30대 후반까지도 충분히 뛸 수 있다. 현재 K리그에서 조원희보다 나이 많은 베테랑은 41세의 이동국(전북)과 곽태휘(경남), 데얀(대구·이상 39) 등이다. 김광석(포항) 염기훈(수원) 배기종(경남) 김영광(성남) 최효진(전남) 등은 1983년생으로 동갑이다. 결국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다. 마음가짐과 노력이 관건이다. 수원FC 김호곤 단장은 “조원희는 성실하고 몸 관리를 잘 하는 선수다. 팀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긍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