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FC 에드가가 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수원 삼성과의 원정경기에서 후반 42분 결승골을 넣은 뒤 왼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하고 있다. 수원|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대구FC ‘몬테네그로 폭격기’ 데얀에게 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하나원큐 K리그1 2020’ 14라운드 원정경기는 특별했다. 모처럼의 친정 방문이지만 행복한 기억은 아니다. 지난해까지 수원 유니폼을 입은 데얀과 수원의 결별은 매끄럽지 않았다. 특히 최근 지휘봉을 내려놓은 이임생 전 감독과는 출전시간을 놓고 자주 충돌했다. 데얀은 수원과 결별하며 “K리그로 컴백한다”는 메시지를 남겼고, 정말로 새 팀을 찾았다. 탁월한 골 본능을 지닌 데얀에게 대구 조광래 사장이 러브 콜을 보냈다. K리그에서 잔뼈 굵은 외국인 골잡이는 대구에 큰 힘이었다.
데얀은 6월 21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수원과 시즌 첫 대결에서 후반 추가시간 팀의 세 번째 득점포를 책임지며 3-1 역전승을 완성했다. 상대 문전부터 하프라인까지 내달린 그는 수원 벤치를 바라보며 슬라이딩 세리머니를 펼쳤다. 옛 동료들의 표정은 어두워졌고, ‘무관중 경기’ 여파로 TV 중계를 시청한 수원 팬들의 감정도 폭발했다.
데얀은 수원과의 2번째 만남에선 선발 출격했다. 최근 5골·1도움으로 페이스를 올린 그는 김대원과 상대 골문을 조준했다. 그러나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홈팀의 과감하고 빠른 공격 전개에 대구 진영이 흔들렸다. 데얀은 최전방에서 고립되기도 했다.
대구는 전반 33분 중앙 미드필더 김선민이 위험한 태클로 레드카드를 받았다. 전략 수정이 필요한 시점. 대구 이병근 감독대행은 전반 막판 2선 공격수 세징야(브라질)를 뺐다. 대개 이런 경우, 전방에 변화를 주지만 대구는 데얀을 믿었다. 효과는 충분했다. 후반 32분 에드가(브라질)와 교체될 때까지 한 차례 슈팅에 그쳤어도 상대 수비가 쉽게 전진할 수 없도록 ‘미끼’ 역할을 충실히 했다.
결국 대구가 마지막 힘을 짜내 웃었다. 후반 42분 에드가의 결승포가 터져 1-0으로 이겼다. 7승4무3패(승점 25)로 3위로 도약한 대구는 모든 걸 다 가졌다. 수적 우위를 못 살린 수원(3승4무7패·승점 13)은 중위권 도약의 기회를 놓쳤다.
수원|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