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철비2’ 신정근 “정우성이 강추…저더러 딱 북한군이래요”

입력 2020-08-06 06:5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영화 ‘강철비2:정상회담’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발휘한 배우 신정근은 “정우성의 추천으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돼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며 웃었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 영화 ‘강철비2’ 부함장 역할로 존재감 뽐낸 배우 신정근

“여러 명의 기자와 인터뷰는 처음
어려운 질문 걱정에 뉴스만 봤죠
러브콜 증가? 서민 얘기가 좋아”
“딸 아이 기저귀가 하루에 한 장이면 되는 줄 알았어요. 아니더라고요. 계산에 혼선이 온 그때부터 영화 오디션을 보기 시작했어요. 연극을 하다가 영화로 가면 ‘배신’이라고 말하던 때였죠.”

배우 신정근(53)은 스스로 “철이 없다”고 했다. 1987년 연극 포스터 붙이고 티켓을 “뿌리는” 생활로 극단에 발을 디딘 지 33년이 지났다. 영화 출연작만 40 여 편, 최근에는 ‘호텔 델루나’ ‘미스터 션샤인’ 등 드라마로도 활약을 잇고 있다.

익숙하고 친숙한 중년 배우가 여름 극장가에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상영 중인 ‘강철비2:정상회담’(감독 양우석·제작 스튜디오게니우스우정)을 통해서이다. 남북미 세 정상을 납치한 북한 핵잠수함 부함장 장기석 역을 맡은 신정근은 묵묵한 신념과 확고한 행동력, 동료와 나라의 미래를 고심하는 인물을 그려냈다. 관객들은 주연인 정우성·유연석 이상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그에게 아낌없는 지지를 보낸다.

5일 오후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신정근은 “인터뷰를 위해 아침부터 숍까지 다녀왔다”며 “아침마다 제 이름 검색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게 달라진 일상”이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영화 ‘강철비2’의 한 장면.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극단 생활 같이한 아내…“묵묵히 연기”
신정근의 출연작 목록은 지난 20여 년간 한국영화 족적과 함께한다. 그의 표현대로 “하루만 촬영하는 일일 배우, 이틀간 찍는 이틀 배우”로 시작해 존재를 알린 ‘거북이 달린다’를 넘어 ‘광해, 왕이 된 남자’부터 ‘끝까지 간다’ ‘터널’ 등 숱한 흥행작에 출연했다. 끈기의 끝에서 ‘강철비2’를 만났다.

“극단 생활할 때 팬레터도 좀 받았어요. 인터넷 없던 시절이라 다행이지 요즘 같았으면 자만했을지 몰라요. 어린 나이에 배우로 성공하지 않은 게 여기까지 온 원동력이에요.”

신정근은 극단 후배인 아내와 결혼했다. 둘째 딸이 태어나기 전까지 아내는 초등학생 과외교사로 일하면서 생활을 책임졌다. 출산이 임박한 아내에게 그는 과외를 관두라고 하고, 영화 오디션을 보기 시작했다. 돈을 벌기 위해서다.

“남들이 배신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었어요. 아내가 고생을 많이 해서 더는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또 기저귀가 그렇게 많이 필요한지도 몰랐고. 하하! 철이 없어서 여기까지 왔어요.”

‘강철비2’에서 신정근은 30년 넘게 연기한 배우에게 아직 보이지 않은 새로운 얼굴이 있음을 일깨운다. 핵잠수함 전략에 탁월하고, 사병들로부터 두터운 신임도 받는다.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북한 강경파와 달리 한반도 미래까지 진지하게 고민한다. 영화 출연은 남한 대통령 역을 맡은 정우성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이뤄졌다.

“중요한 역할을 저한테 권하니까 믿기지 않았죠. ‘혹시 감독님을 협박한 거 아니냐’고 물어봤다니까요. 정우성 씨가 저더러 ‘딱 북한군’이라더군요. 후배들, 동생들과 지내는 제 모습을 가까이 보고 역할과 어울린다고 판단했나 봐요. 행동은 거칠어도 동생들을 진짜 아끼는 모습이 부함장과 비슷하다면서요.”

신정근은 지금도 매주 월요일마다 연극협회 후배들과 꾸린 축구부 활동에 열심이다. 축구를 같이 하면서 후배들을 챙기는 마음이나 극 중 부함장 마음이 “다르지 않다”고 했다.

“형제애, 동지애가 중요했어요. 또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고 하죠. 내 몸을 다스리고 가족을 다스리고 나라를 다스리는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다들 좋게 봐주시네요. 부함장이 그렇게 멋있나요? 하하하!”

배우 신정근.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시골에서 아버지와 본 숱한 영화들”
신정근은 30년 넘게 연기하는 동안 이번처럼 여러 명의 기자와 인터뷰한 경험은 처음이라고 했다. 그만큼 반응이 뜨겁다는 의미다. “앞으로 매사 조심해야겠다”며 “아무도 나를 몰라보던 즐거운 생활은 끝났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반도 평화체제 가능성을 묻고, 남북한을 둘러싼 강대국 패권을 파헤치는 ‘강철비2’ 주제의 영향인지 신정근은 관련 질문을 자주 받고 있다. ‘통일이 돼야 하는가’라는 영화의 질문이 그에게도 쏟아진다. 이를 예상했다는 듯 그는 “원래 TV는 골프채널만 보는데, 어려운 질문 받을 줄 알고 요즘은 뉴스만 본다”며 “통일도 당연하고, 광개토대왕 시절 고구려까지 꿈꾼다”며 ‘빅피처’를 그렸다.

전남 영광이 고향인 그는 “시골에서 아버지를 따라 영화를 보러 다닌” 유년의 경험이 배우의 길로 들어선 계기라고 돌이켰다. 중·고등학교 때 연극반 활동도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가족 이야기도 허심탄회하게 꺼냈다. 기저귀 값 걱정에 신정근을 영화로 이끈 둘째 딸은 벌써 20대 초반이다.

“첫째 딸은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공부에도 관심이 많아요. 둘째는 춤도 췄다가 연기도 하겠다고 했다가…, 지금은 ‘쉬고 계세요’. 하하! 지금 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믿을 테니 건강만 해다오!’입니다. 그러니 제가 열심히 달릴 수밖에요.”

신정근은 요즘 최동훈 감독의 영화 ‘외계인’을 촬영하고 있다. ‘강철비2’를 계기로 그를 찾는 감독들의 러브콜이 늘어날 건 자명한 사실이다. “서민의 이야기가 좋다”는 그는 “한 때 ‘명품조연’이라는 말을 많이 했지만 어떤 수식어도 없이 ‘배우’라고 불리고 싶다”고 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