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현, KPGA 역사 바꿨다. ‘월요 예선’ 통과 첫 패권

입력 2020-08-09 16: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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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사진|KPGA 제공

3라운드까지 6언더파로 단독 1위를 달렸던 박정민도, 5언더파로 2위에 랭크됐던 함정우도 쉽게 도망가지 못했다. 오히려 뒷걸음질을 쳤고, 챔피언조가 12번(파3) 홀을 마쳤을 때 무려 6명이 4언더파로 공동 선두 그룹을 형성할 정도로 혼전이었다. 선수들은 깊은 러프와 좁은 페어웨이, 여기에 비와 바람이 곁들여지며 쉽게 스코어를 줄이지 못했다.

안개 속 구도를 먼저 깬 건 왕정훈이었다. 챔피언조보다 두 조 앞서 출발한 왕정훈은 13번(파5), 14번(파4)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으며 합계 5언더파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맹동섭까지 가세한 4언더파 공동 2위 그룹은 한 때 7명이나 됐다. 이 때 김성현이 17번 홀(파3)에서 티샷을 홀컵 0.5m 앞에 붙인 뒤 버디를 잡으며 5언더파 공동 선두로 뛰어올랐다. 18번(파4) 홀에서 아쉽게 버디를 놓친 뒤 파로 게임을 먼저 마쳤다. 왕정훈은 17번 홀에서 보기를 범해 4언더파로 뒷걸음질을 쳤고, 나머지 2위권 선수들도 따라붙지 못했다. 마지막 추격자였던 함정우가 18번 홀에서 버디를 잡으면 연장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지만 실패했고, 김성현의 우승은 그렇게 완성됐다. 결과적으론 다소 맥이 빠진 우승이었지만, 과정으로 보면 그 어느 때보다 짜릿했다.

1998년생 스물두 살 김성현(골프존)이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역사를 바꿨다. ‘월요 예선’을 통과한 참가자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패권을 차지하는 대 이변을 달성했다. 9일 경남 양산 에이원CC 남·서코스(파70)에서 열린 시즌 첫 메이저대회 ‘제63회 KPGA 선수권대회 with A-ONE CC’(총상금 10억 원)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로 3타를 줄이며 최종 합계 5언더파 275타로 우승상금 1억8000만 원의 주인공이 됐다. 2언더파 공동 8위로 4라운드를 맞은 뒤 차근차근 스코어를 끌어 올리며 달콤한 역전 우승을 완성했다.

2016년부터 2년간 국가대표 자격으로 코리안투어 총 7개 대회에 나서 공동 42위가 최고 기록이었던 그는 2017년 12월 KPGA 정회원 자격을 획득했지만 지난해까지 2년간 일본프로골프(JGTO) 투어에서 주로 뛰었다. 지난 시즌 JGTO 상금랭킹 59위를 차지하며 풀시드를 갖고 있지만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KPGA 2부 스릭슨투어에서 주로 뛰었다. 3회 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현재 스릭슨포인트와 상금 모두 1위에 올라있다. 앞서 열린 KPGA 오픈 with 솔라고CC에 마찬가지로 월요예선을 거쳐 참가해 공동 45위를 차지했고, 국내 최고의 권위와 역사를 자랑하는 이번 KPGA 챔피언십에서도 월요예선(3일)을 막차 8위로 통과한 뒤 큰일을 해 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2025년까지 코리안투어 5년 시드를 확보했고, KPGA 선수권대회 영구 참가자격도 획득했다.

마지막까지 가슴을 졸이다 마침내 우승이 확정되자 환한 미소를 터뜨린 그는 “운 좋게 월요예선을 거쳐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을 해 너무 기분이 좋다”면서 “주변에서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우승할 줄 전혀 몰랐고, 4일 내내 내 플레이 하는 게 목표였는데 여기까지 오게 됐다”며 “중간에 위기도 많았지만, 내 나름대로 평정심을 유지하고자 했다. 자신감 있게 플레이 했다. 17번 홀 버디가 우승에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잘 해서 내년 코리안투어 시드 확보가 목표였는데, 좋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발전하는 선수가 돼 한국과 일본에서 열심히 뛴 뒤 앞으로 미국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대회는 주최 및 주관사인 KPGA와 후원사 ㈜풍산, 대회 코스를 제공하는 에이원CC가 조성한 ‘KPGA 선수권대회 머니’를 2라운드 직후 컷 탈락한 선수들에게 1인당 200만 원씩 지급했다.

양산|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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