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사커] 저평가된 감독 조성환의 지도자 인생 2막

입력 2020-08-1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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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환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 사진|스포츠동아

지도자의 능력은 결국 성적이다. 입맛에 맞는 선수를 잘 고르고, 실전에서 좋은 결과를 내면 최고다. 대개는 우승 횟수가 잣대다. 우승 트로피를 몇 번이나 들어올렸느냐에 따라 지도력의 점수가 매겨진다.

하지만 모두가 우승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승 다음으로 능력을 평가받는 것 중 하나가 ‘꾸준함’이다. 전력의 기복 없이 매번 상위권을 유지한다면 그 감독은 인정해줘야 한다. K리그1(1부) 인천 유나이티드의 새 사령탑 조성환 감독(50)도 그런 부류다. 축구인 사이에선 ‘저평가된 감독’으로 꼽히는 그는 명장까지는 몰라도 수준급 사령탑으로 정평이 난 실력자다.

그가 처음 감독이 된 건 2015년이다. 2014년 제주 2군을 이끌다 이듬해 1군으로 승진하면서 감독의 길에 들어섰다. 첫 해 정규리그 6위로 상위그룹(1~6위)에 들면서 경쟁력을 증명해 보였고, 2016시즌엔 리그 3위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을 따냈다. 2017시즌엔 정점을 찍었다. 리그 준우승과 K리그 유일의 ACL 16강 진출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2018시즌의 리그 성적은 5위였다. 당시 4시즌 연속으로 상위그룹을 유지한 팀은 제주와 전북 현대 단 2팀뿐이었다. 그만큼 조 감독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꾸준함을 유지할 수 있는 사령탑이다.

위기도 있었다. 2018시즌 15경기 연속 무승(8무7패)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난국을 극복하고 결국 상위그룹에 들었다. 2017시즌엔 감독 교체설이 나돌기도 했지만 구단은 그의 능력을 재신임했다. 지난 시즌 초반 성적 부진으로 물러났지만 그에 대한 평가가 박한 건 아니었다. 그는 겉으론 온화해보이지만 내면엔 승부욕으로 가득하다. 또 선수와 소통을 통해 조직력을 가다듬고, 끈끈한 팀 컬러를 낼 줄 아는 지도자다.

그를 선택한 인천은 감독 선임 문제로 갈팡질팡했다. 임완섭 감독 퇴진 이후 암 투병 중인 유상철 명예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려는 비상식적인 결정이 여론에 막혔고, 이임생 전 수원 삼성 감독과는 막판 협상이 결렬됐다. 인천은 조 감독의 “위기 극복 경험”을 높이 사 영입했다.

누가 봐도 강등 확률이 높은 험지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조 감독은 “쉬는 동안 생각한 게 가장 먼저 나를 찾는 곳, 나를 필요로 하는 구단이 있으면 가겠다고 마음먹었다”면서 “인천 구단과 철학을 공유하면서 이야기가 잘 됐다”고 설명했다.

인천은 아직 승리가 없다. 15경기 무승(5무10패)이다. 공교롭게도 2018시즌 제주에서 당한 불명예 숫자와 같다. 자칫하다간 파이널라운드 이전에 강등이 결정될 수도 있다. 선수단이나 팬 모두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조 감독 사전에 포기는 없다. 그는 “아직 기회는 있다. 매 경기 부족한 부분을 1%씩 채워나간다면 잔류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중요한 건 선수 스스로 이기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120%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고 강조했다.

지도자 인생 2막의 첫 경기(성남전 0-2 패)를 놓친 조 감독은 이대로 주저앉으면 강등 팀 사령탑의 불명예를 짊어질 것이고, 반대로 잔류하면 평가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기적 같은 회생 가능성에 대해 그는 “자신 있다”며 짧고 묵직하게 대답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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