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의 눈으로’ 선수 점검하는 김학범, “태만한 자 & 겉멋 든 자에 도쿄는 없다”

입력 2020-08-1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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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 감독.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태만한 녀석, 겉멋만 든 놈에게 올림픽은 없다!”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김학범 감독(60)의 분명한 지론이다. 오랜 세월, 프로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그가 가장 싫어하는 타입은 ‘게으른 천재’ 유형이었다. 이름값이 높다고, 또 좀더 실력이 좋다고 봐주는 법이 없었다.

누구든 함께 수비를 해야 했고, 모두가 어려움을 똑같이 분담해야 했다. 홀로 돋보이려는 이와 희생을 싫어하는 이에게는 몹시도 가혹했다. 한국축구에 금빛 감동을 안긴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도 U-23 멤버들은 물론 손흥민(토트넘), 황의조(보르도) 등 와일드카드(연령제한 없는 선수·24세 이상) 3명 모두 팀을 위해 거품 물고 뛰며 헌신했다.

요즘 김 감독은 매주 적게는 2경기, 많게는 3경기 이상 코치를 대동하고 현장에 발 도장을 부지런히 찍는다. 인천에서 강릉, 대구에서 수원, 상주에서 대전 등 K리그1(1부)·2(2부)를 가리지 않고 이동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없는 한 대개 당일치기다. 하루 더 쉬는 것보다 한 경기라도 더 챙겨보는 편이 낫다는 생각에서다.

예정대로라면 김 감독은 지금쯤 일본 도쿄에 있어야 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9일까지 예정됐던 2020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도쿄올림픽 종료까지’로 맺었던 대한축구협회와의 계약도 최근 다시 연장했다.

기존 세워둔 U-23 대표팀 운영계획도 초기화됐고, 선수 검증도 원점 출발했다. 1월 도쿄올림픽 예선을 겸해 태국에서 개최된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을 비롯한 주요 대회에 참여한 이들은 물론, 미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새로운 자원들까지 체크 리스트에 이름이 올랐다.

‘매의 눈’으로 초록 그라운드를 응시하는 김 감독이지만 그저 당일의 경기력만 보는 것은 절대 아니다. 각자 소속 팀에서의 생활과 훈련태도까지 낱낱이 살핀다. 정보가 부족하면 폭 넓은 전국의 레이더망을 풀가동해 선수의 일거수일투족까지 확인한다.

김 감독은 “과거 U-23 대표팀 경기에서 몇 번 잘했다고 올림픽이 내 것이라 여기면 주제넘은 생각이다. 공격수가 힘들다며 수비에 가담하지 않아 주위를 힘들게 만들고 건성으로 뛰고 훈련장 안팎에서 팀 분위기를 해치는 이는 올림픽이 없다”고 수차례 강조해왔다. 그와 인연을 맺은 선수 대부분이 초심을 잃지 않고 사력을 다하지만 몇몇은 점차 살생부에 가까워지고 있는 분위기 또한 감지된다.

도쿄올림픽 본선 엔트리는 18명이다. 이 중 와일드카드 3장을 빼면 15명으로 준다. 낙타 바늘귀 통과하는 좁은 문을 앞두고 몸과 마음이 준비되지 않고, 최근 거듭 나태한 모습을 보였다면 지금이라도 머릿속에서 ‘올림픽’이라는 단어를 지워도 될 것 같다.

김 감독은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의 국가대표팀과 2차례 친선경기를 앞두고 이달 말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U-23 대표팀을 호출하는데 준비상태를 점검할 또 한 번의 시험대일 뿐, 소집됐다고 특별한 의미를 주기 어렵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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