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라고 감정 없겠습니까” 허문회가 심리학 강연서 얻은 깨달음

입력 2020-08-12 17: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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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허문회 감독. 스포츠동아DB

“감독님은 좋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가 똑같다. 직접 한 말을 끝까지 지키기 쉽지 않을 텐데….”

이대호(38·롯데 자이언츠)는 올 시즌 처음 호흡을 맞춘 허문회 감독(48)을 보고 이런 감정을 느꼈다. 연승할 때야 가만히 있어도 미담이 쏟아지기 마련이지만, 연패 때도 평정심을 유지하기란 어렵다. ‘초보 사령탑’ 허 감독이 전반기 내내 자신이 내뱉은 철학을 지키며 선수들이 루틴을 지키도록 배려하고 있으니 프로 20년차 이대호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것이다.

물론 허 감독도 사람이기에 감정기복은 피할 수 없다. 12일 사직 NC 다이노스전에 앞서 만난 허 감독은 “나도 사람이다. 감정이 왜 없겠나”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한 가지 이야기를 꺼냈다. 허 감독은 2010년대 초반부터 심리학 강연을 찾아다니고 관련 서적을 탐독했다. 그러면서 감정기복에 휩쓸려 좋을 게 없다는 간단한 이치를 깨달았다. 지도자는 말이 아닌 꾸준한 행동으로 보여줘야 선수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원칙도 세웠다.

“야구장에서 즐기라는 말은 쉽다. 하지만 이 행동에 동기를 부여하는 건 어렵다. 나부터 바뀌어야 선수들이 바뀐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선수들이 지금은 내 말에 맞장구도 많이 친다. 그러면서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 같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하루를 즐겨야 한다.”

자연히 ‘즐긴다’는 개념에 대한 의문이 따라붙는다. 허 감독은 “마냥 웃고 떠드는 게 아닌, 집중할 땐 집중하고 풀어질 땐 풀어지는 게 내가 생각하는 ‘즐김’의 개념”이라며 “못할 때는 물론 잘할 때도 결과를 의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억지로 긍정적인 생각을 갖는다? 그 역시 반대”라고 거듭 강조했다.

선수단은 허 감독에 대한 두터운 지지를 기회 있을 때마다 표현한다. 그러나 허 감독은 “아무리 소통을 강조해도 사람의 마음은 잘 모른다. 여전히 내 마음을 잘 모르는 선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로간의 신뢰,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명확한 원칙. 롯데는 지난해 꼴찌에서 5할 승률에 오른 것 이상의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사직|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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