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굵은 야구? 변화무쌍 허문회 감독의 시즌 최다 ‘번트 시도’ 이유

입력 2020-08-13 17: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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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허문회 감독. 스포츠동아DB

철학보다 중요한 것은 적용이다.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달라지는 것은 변수투성이인 야구에서 필수다.

허문회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부임 직후부터 선 굵은 야구를 강조해왔다. “무사 1·2루서 희생번트를 대 1사 2·3루를 만들면 보통 2점 안팎이 난다. 하지만 강공을 해 점수를 낸다면 3~4점 이상 빅이닝이 가능하다”는 철학이다. 세이버메트릭스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아웃카운트, 주자상황별 기대득점 분석과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롯데는 11일까지 희생번트 21개로 두산 베어스(17개)에 이어 2번째로 적었다.

마냥 철학에 갇혀있지 않다. 생물처럼 상황에 따라 움직인다. 허 감독은 12일 사직 NC 다이노스전에선 올 시즌 가장 많은 3차례 번트 사인을 냈다. 0-2로 뒤진 3회말 무사 1루서 정보근을 시작으로 4회말 무사 1·2루 딕슨 마차도, 5회말 무사 1·2루 정훈이 번트를 댔다. 마차도를 제외한 2차례 번트가 성공했고, 롯데는 3회와 5회 각 2점씩 뽑아 경기를 뒤집어 8-4로 승리했다.

13일 사직 NC전에 앞서 허 감독은 “경기 전부터 찬스가 찾아오면 이대호를 제외한 모두에게 번트 사인을 낼 생각이었다. ‘에이스’ 맞대결이었다. 게다가 NC 선발 드류 루친스키는 투심패스트볼을 앞세운 땅볼 유도에 능한 투수다. 병살타 확률을 줄이기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마차도는 4회말 무사 1·2루서 번트를 댔으나 투수 정면으로 향했고, 3루를 거쳐 1루까지 병살타가 나왔다. 덕아웃으로 돌아간 마차도는 장비를 던지는 등 분을 감추지 못했다. 허 감독은 “팀 분위기가 안 좋아질 수 있어 알아보니 스스로에게 화를 낸 것이었더라. 차라리 한 번 표출하는 게 맘에 담아두는 것보다 낫다. 실제로 그 다음 타석에서 안타를 치지 않았나”라고 감쌌다. 마차도는 올 시즌 2차례 번트 사인을 받았고, 성공과 실패 한 번씩을 기록했다. 아무래도 번트가 낯설기 때문에 13일 훈련 중 코치들에게 이를 묻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사직|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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