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심각한 재정난에 직면한 K리그가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추진 중인 ‘연봉 조정 권고’를 선수단과 공유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8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K리그1(1부)·2(2부) 22개 구단 감독들과 선수 대표(주장)들을 대상으로 임금 일부 삭감과 관련한 간담회를 열었다. 오전과 오후로 나눠 진행된 이날 간담회의 전체적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지만, 적극적 의견 개진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개인적 사유로 불참한 강원FC 김병수 감독을 제외한 21개 구단 사령탑들이 모인 오전 행사에선 K리그1의 한 감독만 “고통 분담이 세계적 추세다. 필요하다면 K리그도 동참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을 뿐, 나머지 감독들은 대부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러나 미룰 수 없는 부분이다. 코로나19로 K리그 구단들의 재정손실은 엄청나다. 개막 연기와 일정 축소, 무관중 등으로 인해 수입이 한 푼도 없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현장에선 올 시즌 전체 매출 손실분이 약 580억 원(추정)에 달할 것이란 부정적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매출 하락에 시달리는 기업구단들은 물론 코로나19 대처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도·시민구단들까지 여파가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최근 대표자회의를 연 연맹은 상생을 위해 연봉 일부 감액이 불가피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대부분의 구단 임직원들은 수개월째 최소 10% 이상 큰 폭의 삭감된 급여를 받고 있다.
선수단의 경우, 실제 감액은 크지 않다. 최대 3% 선이고, K리그 전체 등록선수의 40%에 달하는 3600만 원 이하의 저연봉자들은 감액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12개월 치가 아닌 시즌 잔여기간(9~12월)에 해당하는 부분만 대상이다. 당초 연맹은 각 구단 대표들이 직접 선수 대표와 만나는 형태를 계획했으나, 사안이 워낙 민감한 만큼 직접 나서 간담회를 개최했다.
프로축구선수협의회가 10일 밝힌 “선수들의 동의 없는 임금 삭감은 진행될 수 없는 문제”라는 입장에 대해 연맹은 “동의 없이 무리하게 감액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연맹은 ‘코로나19 극복·고통분담 권고안(연봉 조정)’과 김천 상무의 K리그 가입 승인 등을 주요 안건으로 19일 2020년도 제5차 이사회를 여는데, 의결이 이뤄지더라도 어디까지나 강제가 아닌 각 팀 선수단의 자율에 맡길 예정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