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야구에서의 전염성과 좋은 선배가 만드는 롤 모델 효과

입력 2020-08-25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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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김현수(왼쪽), 키움 에디슨 러셀. 스포츠동아DB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온 국민이 힘들어하고 있다. 방역당국과 의료진의 헌신적 노력 덕분에 그동안 잘 버텨왔지만, 최근 둑에 구멍이 생겼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실행되면 힘들게 꾸려온 2020시즌 프로야구를 비롯한 많은 스포츠 이벤트가 하루아침에 중단될 수밖에 없기에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제 일상 속에서 자주 듣는 단어가 된 ‘전염’은 야구의 특성 중 하나다. ‘실책은 전염된다’는 말이 있다. 중요한 순간 어떤 선수가 한 번 실수를 하면 그 부담감이 다른 선수들에게도 퍼져서 또 다른 실수를 부른다는 뜻이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동료가 잘하면 덩달아 잘하는 효과다. 20세기 해태 타이거즈가 대표적이다.

큰 경기에 강한 해태 선수의 이미지는 사실 허상일 수 있다. 모두에게 해당되지 않는다. 하지만 비주전 선수들도 선배·동료들이 큰 경기에서 배짱 있게 플레이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배짱이 생겼다. 더 긴장하는 상대팀 선수들을 보면서 이들은 심리적으로 우월해졌고, 결국 자신의 기량을 뛰어넘어 가을야구에서 잘했다.

좋은 선수가 옆에 있으면 덩달아 배우는 것들이 많아진다. 자신도 모르게 좋은 행동과 습관을 보고 배우고, 기술적 조언까지 얻으면서 팀의 기량은 전체적으로 발전한다. 그래서 좋은 코치보다는 좋은 베테랑이 어린 선수들에게 주는 효과가 크다. 스포츠의 상식이다. 강팀에는 숫자로 보여주는 못하는 이런 부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선수들이 많다. 라커룸 또는 벤치의 훌륭한 리더가 많은 팀은 위기에서 흔들리지 않는다.

2000년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었던 훌리오 프랑코는 짧은 기간 팀에 큰 유산을 남겼다. 1990년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로도 뽑혔던 그는 몸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보여줬다. 경기 후 보강운동의 효능, 야구에 사용하는 근육에 맞는 적정한 운동기구의 사용, 올바른 자세의 필요성 등을 몸소 보여줬다.

프랑코의 이런 모습을 기억하는 류중일 LG 트윈스 감독은 그래서 김현수를 칭찬한다. 동료들에게 좋은 롤 모델이라고 본다. 류 감독은 “(김현수가) 메이저리그에서 배워온 컨디션 조절 노하우와 웨이트트레이닝 루틴을 항상 지키는 모습을 다른 선수들이 따라하고 있다. 덕분에 우리 팀은 시즌 내내 컨디션 조절을 잘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키움 히어로즈 에디슨 러셀이 그라운드 안팎에서 이런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어린 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손혁 감독도 평가했다. 리더의 좋은 행동이 곧 그 팀의 미래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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