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첫 3연승, 역전 만루홈런을 얻어맞고도 거둔 드라마 같은 승리. 하지만 이미 팬들의 시야에선 벗어났다. 시즌 초부터 9위와 10위를 나눠가진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는 포스트시즌(PS) 싸움이 한창인 가운데 ‘그들만의 리그’를 펼치고 있다. 다만 그들만의 리그는 더 치열해져야 한다. 최근 SK와 한화가 거둔 승리에서도 그 당위성이 보인다.
25일까지 9위 SK는 31승1무59패(승률 0.344), 10위 한화는 25승1무64패(0.281)를 기록했다. SK는 한화에 5.5경기차로 ‘여유 있게’ 앞서있지만, 8위 삼성 라이온즈에는 11경기차로 뒤져있다. 두 팀의 PS 진출 가능성은 산술적 가능성으로만 남아있다. 막연한 미래에 대한 기대만으로는 동기부여가 어렵다. 무기력한 분위기에 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펼치고 있는 어려운 싸움이 더 치열해져야 한다. 우선 리그 전체를 봐서도 그렇다. 한화는 지난 주말 LG 트윈스와 2연전을 모두 쓸어 담는 등 시즌 첫 3연승을 거뒀다. 2위까지 노리던 LG는 한화와 2연패를 시작으로 3연패에 빠지며 4위로 내려앉았다. 5위 도약을 노리는 롯데 자이언츠는 25일 사직 SK전에서 8-10으로 덜미를 잡혔다. 3-6으로 뒤진 6회말 손아섭의 만루홈런이 터졌음에도 이 경기를 지키지 못했고, 5위 KT 위즈와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야구의 재미는 의외성에서 나온다. SK나 한화를 상대로 1경기만 패해도 손해라던 팀들은 그 이상을 내주며 사전에 짜둔 계획이 어그러졌다. 그러면서 순위싸움은 오리무중으로 빠졌다. 팬들의 시선을 144경기 최종전이 끝나는 날까지 잡아두기 위해선 이처럼 한 치 앞을 모르는, 건강한 리그가 필수다.
그들만의 리그라고 하지만, 사실 KBO리그는 SK와 한화만의 리그가 아니다. 철저한 ‘언더독’이 됐지만, 그들의 반란은 시즌 막판으로 향해 가는 지금 꼭 필요한 요소이자 반가운 드라마다. 창단 첫 10위 굴욕을 피하기 위해서도, 리그 전체를 위해서도 그들만의 리그가 더 뜨거워져야 한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