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학폭 전력자도 프리패스? 혼란의 신인드래프트, 참가신청서로 거르자

입력 2020-08-28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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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성. 사진제공|NC 다이노스

김유성. 사진제공|NC 다이노스

학교폭력을 저지른 선수가 과거를 씻은 채 수억 원의 계약금을 받고 KBO리그 대표 유망주가 된다? 27일 NC 다이노스의 지명철회로 끝난 김유성(18·김해고) 논란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

NC는 27일 “2021년 신인드래프트 1차지명자 김유성의 지명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김유성이 내동중 시절 후배 선수를 폭행한 전력이 피해학생 어머니의 제보로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법원의 형벌까지 받은 선수를 품어선 안 된다는 의견이 구단 내 대세를 이뤘고 결국 지명 사흘 만에 뜻을 거뒀다.

타 구단들은 NC의 사례를 보고 9월 2차지명에 심혈을 기울이는 중이다. 이미 야구 외적인 인성 체크를 병행해왔지만 그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일부 구단은 야구 기량을 다룬 스카우팅 리포트보다 더 많은 양의 인성 리포트를 올리기도 했다. 직접 선수와 대화해 살피는 데 한계가 있으니 지인을 수소문하고, 소셜미디어(SNS)까지 점검한다.

다만 어디까지나 ‘정보전’에 의존해야 한다. 생활기록부 등 선수의 평소 태도를 평가할 수 있는 자료는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사전동의 없이는 열람할 수 없다. 이에 대한 동의를 구한다면 그 자체로 탬퍼링(사전접촉)이다.

현장에서는 드래프트 제도 개선의 목소리가 높다. 당장 김유성 사태만 해도 그렇다. 김유성은 NC의 1차지명 포기로 자동적으로 2차지명 대상자가 됐다. 김유성을 둘러싼 여론이 좋지 않아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지만 타 구단이 2차지명에서 김유성을 지명하는 데 제도적 걸림돌은 없다. 학교폭력 전력이 있는 선수도 졸업반인 이상 자동 지명대상자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만일 구단들이 일괄적으로 선수의 생활기록부를 봤다면, 그의 지명을 두고 고민하는 일 자체가 없었을 것이다.

해외진출도 마찬가지다. 올해의 경우 나승엽(18·덕수고)이 메이저리그(ML) 미네소타 트윈스와 계약이 유력해 KBO리그 팀의 지명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때문에 1차지명권을 가진 롯데 자이언츠가 나승엽을 포기했다.만약 9월초 나승엽이 돌연 ML행을 포기할 경우 역시 9월 2차지명 대상자가 된다. ‘여론’, ‘상도의’가 아닌 제도적 방지책이 전혀 없다.

사전신청제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현행 제도상 고교 3학년, 대학교 4학년 등 ‘졸업반’의 경우 자동 지명대상이다. 하지만 사전신청제로 바꿔 드래프트를 희망하는 선수들에 한해서만 지명을 한다면, ML행을 원하는 선수의 경우 KBO리그 구단이 미리 걸러낼 수 있다. 아울러 선수가 기본적인 프로필은 물론 구단이 미리 알기 어려운 생활기록부 등을 일괄적으로 제출한다면 뜬소문이 아닌 정확한 근거를 통해 제2의 김유성 사태는 막을 수 있다.

지방 A구단 핵심 관계자는 “사전신청을 받는다면 구단으로선 한결 투명한 드래프트를 기대할 수 있다. 한 번쯤 논의해볼 아이디어”라고 지지했다. B구단 관계자는 “구단에서 과거 범죄 전력 등을 살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다면 선수들의 일탈행위를 미연에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ML에서는 국제계약을 희망하는 선수들에게 사전 신청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문제의 소지가 발견될 경우 계약 검토를 하지 않는 방식이다.

27일 일단락된 김유성 사태는 야구계가 폭행을 더 이상 가벼이 보지 않는다는 증거다. 하지만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올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 또한 ‘꼼수’에 대한 경계심도 여전하다. 제도적으로 이런 사태를 방지할 방법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잠실|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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