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침묵도 말이다” 마음을 듣고 사람을 얻는 검사의 대화법

입력 2020-08-27 17: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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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사의 대화법 (양중진 저 | 미래의창)

‘검사’라 하면 특수하거나 은밀한 일을 하는, 일반인과는 좀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물론 그런 면이 아예 없지는 않다. 하지만 검사의 일상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들도 결국 치열한 삶을 살아내는 직장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검사도 출근이 버겁고, 쌓여가는 업무에 지치고, 상사 혹은 동료와 갈등을 겪고, 여러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다.

20년이 넘도록 현직 검사로 재임 중인 저자는 ‘직장인으로서의 검사’가 대화를 통해 사회생활을 헤쳐 나가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검사 생활을 하며 만난 사람들과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그간 얻은 깨달음을 친근하게 풀어냈다.

‘검사의 대화’라고 하면 아마도 영화나 드라마에 종종 등장하는 어두컴컴한 조사실에서의 신문 장면이 가장 쉽게 떠오를 것이다. 이 장면에서 검사가 하는 말은 대개 차가우리만치 이성적이다. 가끔은 강압적거나 일방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말들은 검사로서 주고받는 대화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저자는 검사의 사회생활과 삶을 소탈하게 담아내며 그 속에서 어떤 대화가 오가는지 다채로운 에피소드들을 통해 짚어나간다.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실에서의 대화, 두 사람의 말 사이에서 진실을 가려내는 대질 조사, 수사 상황을 주시하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 사건과 관련해 의견을 나누는 동료 검사들과의 토론을 통해 ‘직장인으로서의 검사’가 어떤 말을 하고 어떤 말을 듣는지 담백하게 소개한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교육 문제를 사이에 둔 아내와의 대화, 학창 시절 친구들과 나눈 농담, 초임 검사 시절 서툴렀던 말실수 등을 풀어내며 멀게만 느껴졌던 ‘검사의 대화’를 평범한 일상으로 가져온다.

가볍게 풀어놓는 저자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현명하고 똑똑한 대화는 무엇이고, 그런 대화가 우리의 삶에서 지니는 가치는 무엇인지 자연스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검사는 침묵 속에서도 실마리를 찾는다.

저자의 한 후배는 저자가 검사실에서 조사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고 ‘마치 한의원에서 한의사가 환자들을 진찰하는 모습 같다’고 말했다. 그 말의 의미는 상대의 말과 행동을 주의 깊게 살피며 차분히 들어주는 모습이 닮아 보였다는 의미였을 것이라 저자는 짐작한다. 흔히 검사를 ‘질문하는 사람’이라고 여기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저자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잘 듣는 것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는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다. 건강한 인간관계는 상대의 말을 잘 듣는 데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저자는 말로써 참여하는 것만이 대화의 전부는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대화의 범주는 단순히 음성으로 주고받는 ‘말’을 넘어 표정, 몸짓, 목소리, 눈빛, 냄새나 음식, 분위기까지 아우른다. 심지어 침묵 속에도 마음과 뜻이 담겨 있다. 모름지기 대화란 시각, 청각, 미각, 촉각, 후각이라는 오감에 생각하는 힘인 육감까지 더해져야 비로소 온전히 완성된다는 것이다. 그래야 상대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고, 진정한 소통을 이룰 수 있다고 저자는 거듭 강조한다.

이 책은 말하고 듣는 기술뿐만 아니라 진정한 공감과 소통의 의미, 대화에 임하기에 앞서 갖춰야 할 마음가짐과 태도까지 다룬다. 더불어 직장인으로서, 직업인으로서 파란만장한 검사 생활을 거치며 터득한 사회생활과 처세의 팁까지 함께 담았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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