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상급→최상급, 평균이하→이상, 눈을 뜨니 다른 게 보인다!

입력 2020-09-01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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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조용호-LG 홍창기-키움 박준태. 스포츠동아DB

단타와 볼넷의 가치는 다르다. 타자가 1루를 밟는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선행주자의 걸음이 빠르다면 단타라도 한 베이스를 더 진루할 수 있다는 점은 큰 차이다. 하지만 볼넷은 기본적으로 상대 투수에게 최소 4구 이상 던지게 만든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십수 년 전만 해도 ‘공짜 출루’ 정도로 치부됐던 볼넷이 이제는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야구를 숫자로 다루는 세이버메트릭스가 발달하면서 출루율의 가치는 한참 높아졌다. ‘볼넷이 안타보다 낫다’는 게 아닌, ‘안타와 볼넷의 합이 안타보다 중요하다’는 명제가 수치로 입증된 것이다. KBO리그 타자들도 “출루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올 시즌에는 흥미로운 타자들이 대거 등장했다. 지난해까지 주전보다는 백업이 익숙했던 선수들이 ‘눈을 앞세워’ 팬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8월까지 타율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조용호(KT 위즈·0.310)는 평균이상, 홍창기(LG 트윈스·0.274)는 평균, 박준태(키움 히어로즈·0.245)는 평균이하의 타자다. 그러나 타율 대신 출루율을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200타석 이상 들어선 타자들 중 출루율 4할을 넘긴 이는 12명에 불과하다. 이 부문 1위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두산 베어스·0.428)부터 12위 정훈(롯데 자이언츠·0.401)까지가 그 주인공들이다. 홍창기(0.411·6위), 조용호(0.405·9위), 박준태(0.404·10위)는 당당히 ‘톱 10’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박준태는 타율이 높지 않은 타입이기에 더욱 의아하다. 기본적으로 맞아도 안타가 될 확률이 높지 않기 때문에 투수들은 적극적으로 승부에 임한다. 그럼에도 자신만의 스트라이크존이 흔들리지 않은 덕에 볼넷을 골라나간다는 의미다.

박준태의 순출루율(출루율-타율)은 0.159로 리그 1위다. 박준태가 지금의 선구안을 유지한 채 300타석 이상 소화한다면 2001년 펠릭스 호세(롯데·0.168)에 이어 단일시즌 순출루율 2위에 오르게 된다. 당시 호세는 역대 최다인 127볼넷을 골라냈고, 고의4구도 28개를 얻었다. 괴물 같은 파괴력을 보였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피해갔던 타자만큼의 순출루율이 올해 박준태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타석당 투구수 4.60으로 리그 1위인 조용호의 가치는 눈에 보이는 기록 이상이다. 선발투수를 상대로 3타석만 소화해도 혼자서만 14구 가까이 끌어낸다. 투수의 이상적인 한 이닝 투구수가 15구임을 고려하면 조용호는 혼자서 1이닝을 책임질 수 있다.

출루율을 강조하지 않던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박준태, 홍창기, 조용호 등의 가치는 높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10개 구단 모두 연봉고과의 기준을 바꾸며 눈의 값어치를 올리고 있다. 눈의 힘을 입증하는 이들과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 이 두 가지 요소가 야구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고 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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