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KBO’ 김광현, ML 역사 2위에 이름 석 자 아로새겼다

입력 2020-09-02 14: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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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100마일(약 161㎞)의 속구도, 타자의 배트를 끌어낼 만큼 각도 큰 변화구도 없다. 하지만 경험과 관록으로 똘똘 뭉쳐있다. ‘메이드 인 KBO’ 김광현(33·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메이저리그(ML)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선명히 아로새겼다.

김광현은 2일(한국시간)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와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해 5이닝 3안타 2볼넷 4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타선이 1회부터 6점을 뽑는 등 폭발한 덕분에 팀도 16-2 대승을 거뒀다. 김광현은 시즌 2승(무패1세이브)째를 챙겼다. 8월 23일 신시내티전(홈경기) 1회부터 17연속이닝 비자책점 행진이다. 등판 경기에서 팀이 4승1패를 기록하는 등 승리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경기 내내 안정감이 가득했다. 최고 92마일(약 148㎞)의 속구를 중심으로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을 앞세워 신시내티 타자들을 압도했다.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제구가 돋보였다. 가장 큰 위기는 3회말 1사 1·2루였는데, 닉 카스테야노스를 병살타로 솎아내며 한숨을 돌렸다. 카스테야노스는 1회 무사 1루에 이어 2차례 병살타로 김광현에게 꽁꽁 묶였다. 두 타석 모두 속구를 노렸지만 움직임이 심해 제대로 된 타구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후 별다른 위기 없이 등판을 마쳤다. 일본인 외야수 아키야마 쇼고와 맞대결에서도 2타석 모두 외야 뜬공으로 판정승을 거뒀다.

이날 호투로 김광현의 평균자책점(ERA)은 종전 1.08에서 0.83까지 떨어졌다. 데뷔전인 피츠버그전 구원등판(1이닝 2실점 1자책점·세이브)을 빼고 선발로 나선 4경기만 따지면 ERA는 0.44까지 떨어진다. 미국 통계분석사이트 스탯츠에 따르면, ERA가 ML 공식기록으로 인정받은 1913년 이후 좌완 선발의 데뷔 4경기 최저 2위다. 1위는 1981년 페르난도 발렌수엘라(LA 다저스)의 0.25. 100년 넘은 역사에서 2위 기록을 남겼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이제는 신인왕을 노려볼 만하다. 어느새 반환점을 돌았기 때문에 잔여경기에서도 지금의 강렬함을 유지한다면 마냥 멀어 보이는 목표는 아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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